- 중년의 글쓰기
☞ 살다보면 걱정거리가 생긴다. 수많은 걱정거리는 크게 둘로 나눌 수 있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쨌든 해결할 수 있는 걱정거리와 내가 아무리 해도 해결할 수 없는 걱정거리. 그런데 따져보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걱정거리라면 걱정할 필요가 없다. 비록 돈이 들거나 시간이 들기는 하겠지만 어쨌거나 해결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해결할 수 없는 걱정거리가 문제인데, 해결할 수 없는 걱정거리는 걱정해도 해결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 쓸데없이 걱정할 필요가 없다. 결국 세상사는 괜히 걱정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 그는 아들로서의 역할은 넘칠 만큼 잘했으나 아버지로서, 남편으로서의 역할에는 무심했다...가족들은 그에게 가장의 역할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냥 조용하게 있어 주기만을 바랬다.
☞ 아버지는 그녀와 함께 술 마시는 것을 좋아했다...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그녀는 아버지의 술친구였다. 그렇다고 그녀가 아버지랑 같이 술을 마셨다는 것은 아니다. 아버지는 집에서 혼자 술 마시는 것을 즐겼고, 그녀는 아버지의 술 마시는 모습을 보는 게 좋았다.
☞ 지금도 늦지 않았어. 그가 자주 중얼거리는 말이다. 그 말 뒤에는 언제나 나는 자신 있어, 라는 말이 이어졌다. 그러나 그를 번번이 수렁에 빠뜨리는 게 그 자신감이었다...지금도 늦지 않았어, 라는 그의 정세분석은 언제나 어긋났다. 그가 지금이다, 라며 자신 있게 덤벼들 때마다 버스는 이미 떠난 뒤였다.
☞ 아버지는 한사코 집에 손을 대기를 거부했다. 비용을 댈 테니 화장실도 실내에 설치하고 입식 싱크대도 설치하는 리모델링을 하자고 했지만 아버지는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아버지가 결혼할 때 할아버지가 사 준 집이라 고치는 게 껄끄러운 모양이다. 아버지의 집에 대한 비정상적인 애착~
☞ 아버지가 할머니에게 쩔쩔매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와 함께 어머니가 할머니에게 그렇게 자신만만해 하는 이유도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타고난 효자 성격이라 그러한 듯했고, 어머니는 할머니로부터 땡전 한푼 도움받은 적이 없이 살림을 일구었다는, 그러니 할머니에게는 발언권이 없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 때문이었다.
☞ 아빠, 골목길은 알겠는데 뒤안길은 뭐야? 라고 물어본 적이 있다. 응, 골목길과 좀 비슷하기는 한데, 집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고 치면 대문 쪽이 아니라 그 반대쪽의 길이라고 생각하면 돼. 이제 애들은 나에게 뭘 물어보지 않는다. 궁금하면 인터넷을 뒤져서 스스로 알아낸다.
☞ 아버지 딴에는 나름 수를 쓴다고 하는 것 같았으나 어린 내 눈에도 뻔히 속이 들여다보이는 뻔한 수작이었다.
☞ 아무리 냉정하고 차가운 사람이라도 가족의 일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는 결정을 내리곤 한다...평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던 그가 그런 결정을 내린 배경에는 가족들의 존재가 있었다.
☞ 신발을 신기 위해 허리를 굽히자 무게중심이 머리 쪽으로 이동하면서 앞으로 고꾸라졌다. 다행히 손이 먼저 바닥을 짚었다.
☞ 할머니의 전화를 받을 때마다 아버지는 깊은 한숨을 쉬었다. 천성으로 타고난 아버지의 효심은 할머니의 막무가내식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했다. 할머니는 마치 아버지가 그동안 할머니로부터 받아간 도움, 할머니가 아버지에게 투자했던 모든 것을 되돌려 받겠다는 듯이 아버지를 못살게 굴었다. 내가 보기에는 그랬다.
☞ 가족을 이루는 순간, 내가 관심을 주어야 하고 걱정을 해야 할 영역이 가족의 수만큼 늘어난다.
☞ 편의점에는 ‘골든존’이라는 영역이 있다. 편의점은 면적은 작지만 진열되어 있는 상품은 천여 가지가 넘는다. 음료수만 해도 300여 가지가 된다고 한다. 편의점을 찾는 사람들에 눈에 띄는 게 관건이다. 그래서 고객들의 눈높이, 그러니까 고객들의 시선과 수평을 이루는 공간에 진열되어 있는 상품들이 잘 팔린다. 업주들은 신제품이나 팔고 싶은 상품을 그 공간에 진열하여 구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대형마트도 마찬가지다. 사람들의 구매심리를 이용한 상술이다.
☞ 정리에 관심이 없는 남편은 편의점을 운영하면서 병적이라 할 만큼 집안 정리에 열심이었다...편의점에서는 단순히 물품의 종류별로 나누어 진열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주류의 예를 들더라도, 소주, 맥주, 양주, 막걸리 등을 구분하고, 같은 소주라도 브랜드에 따라 모아두고, 같은 브랜드라도 도수에 따라, 혹은 병의 색상이나 크기에 따라 구분하여 진열하여야 한다. 주류 옆에는 안주거리를 진열하는 게 매출에 도움이 된다. 안주는 또 안주대로 종류별로, 크기별로, 가격별로, 색상대로, 안주의 재료별로, 포장 방법별로, 브랜드별로 구분해서 진열해야 한다. 편의점 상품 진열 매뉴얼이라는 게 있다면 아마도 웬만한 두께의 소설책 분량은 될 것이다.
☞ 사람들은 나를 보고 너무 계산적이라고 한다. 나는 그 말을 생명력이 강하다는 말로 해석했다.
☞ 동감과 공감은 다르다. 동감은 ‘내 생각이 맞아. 그렇다고 화를 낼 이유는 없잖아.’라는 반응이라면, 공감은 ‘내 생각이 맞아. 그래 화가 날 만도 해’라는 반응이다...어디선가 주워들은 말.
⁂⁂ 쓰고 퇴고하라.
읽어보고 다시 퇴고하라.
텍스트가 자신의 생각을 정확하게 반영한다는 생각이 들 때까지 읽고 고쳐라.
- 자크 바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