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계엄 발령과 호모사케르

by 화이불류

어느 나라든 계엄 발령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사태를 맞이하는 역사는 얼마나 될까?
비상계엄이든 경비계엄이든, 참주의 전횡이 아니고서야 평시에 계엄을 발령할 만한 사회적 상황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윤 씨의 비상계엄 발령 이유는 실소를 넘어 소름 끼치게 하는 발상이다.

윤 씨가 습관적으로 읊조리는 공산 전체주의는 대상이 불명확한 허상의 단어일 뿐이다.
미하일 고르바초프의 글라스노스트, 페레스트로이카 이래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공산 사상이 여전히 남아 활개하고 있다는 생각을 지닌 사람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것이 기가 찰 노릇이다.

이탈리아의 신학자이자 철학자인 '조르조 아감벤'이 새롭게 정립한 "호모 사케르"라는 용어는 이미 고대로부터 있어 온 말이다.
호모 사케르는 제물로 바쳐질 수 없는 데다가, 이 대상에 대해서는 무슨 짓을 해도 죄가 되지 않는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먹고사는 문제(오이코스)만을 해결하면 그만인 동물이 아니라, 폴리스(공공)에서 정치적인 삶을 누리는 것이 인간다운 가치 있는 삶이라고 주장하였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적인 삶이란 정치적인 구호를 부르짖거나 열렬하게 정파적 목소리를 내거나 정치를 직업으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 존속, 발전시키는 데 참여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러므로 군집을 이루어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는 거의 정치에 준하는 행위를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호모 사케르"는 이런 정치적 공동체에서 비롯된 주권 권력으로부터 소외된 존재, 외면받는 대상이다.

호모 사케르의 비근한 역사적 사례로는 나치의 유대인 홀로코스트와 폴 포트가 주도한 크메르루주의 킬링 필드가 있을 것이다.

민주주의를 표방한다면서 관용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하더라도, 자기와 입장과 견해가 다른 이들을 상종하지 않아야 할 대상으로 여기는 것을 넘어서, 빨간딱지를 붙여 척결해야 할 ‘호모 사케르’로 여기는 것은 대단히 끔찍한 발상이다.

비상식적인 계엄 발령이 자신과는 상관없다거나 이를 맹목적으로 두둔하는 사람들은 인간을 오이코스로만 보는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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