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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돌봄> 칭찬소화제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24, 1인칭마음챙김 #칭찬 #소화제

by 산책이

입에 발린 소리라도 칭찬을 들으면 몸 둘 바를 몰랐다.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고민이 됐다.

오만해 보일까 싶어 조심스러워졌고,

너무 겸손하게 굴면 칭찬이 굴러나갈까 봐 걱정됐다.


칭찬 소화 불량은 10대, 20대까지도 나를 괴롭혔다.

칭찬을 받으면 “아이고, 아니에요.” 하며 손사래를 치며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마음 한구석엔 칭찬을 꿀꺽 소화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그리고 사람들과 다음 대화 단계로 매끄럽게 넘어가고 싶었다.


좋은 일로 주목받으면 기분 좋지만

그렇다고 모두의 시선이 나에게 향하면

갑자기 숨어버리고 싶은 이 모습은

부끄럼 많고 쑥스럼 많은 칭찬 기피증이었다.

정말 모순적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유쾌한 동료가 다른 사람들에게서 칭찬을 받고


"감사합니다", "이렇게 말해주시니 힘 나네요" 하며


즐겁게 칭찬을 수용하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


칭찬을 저렇게 산뜻하게 소화할 수 있구나. 아! 저렇게 하면 되는구나.

칭찬하는 이도, 받는 이도 유쾌한 저 대화가 너무 부러웠다.

그때부터 동료가 칭찬에 감사해하며 했던 말들, 표정을 잘 기억해 두고

다음엔 나도 저렇게 해봐야지! 하고 다짐했다.


가볍게 칭찬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감사함을 표현하는

작은 대화가 일상에 힘이 되는 순간들이 있다.

그 순간들을 소중하게 받고 싶었다.


빨리 지나가 버리라고 손사래 치지 않고 그 짧은 순간을 꼭 안고 싶었다.

요즘엔 칭찬을 해주시는 좋은 분들을 만나면

"제가 이래서 이 모임에 계속 나오고 싶어요",

"항상 예쁘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즐겁게 칭찬을 받는다.


어떤 이는 낯간지럽게 어떻게 저런 말을 아무렇지 않게 할 수 있냐고 묻기도 했지만

이건 아부가 아니라 칭찬을 받을 때 순수하게 내가 느낀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연습을 오랫동안 한 것뿐이다.


생각보다 오래 걸렸지만,

한 번이 어렵지 계속해서 하다 보니

서로 기분 좋은 대화의 물꼬가 틘 적이 많다.


유쾌하고 즐겁게, 서로 칭찬 소화제가 될 수 있는 사이를 만나는 것도 복이다.

칭찬을 의심하지 말고

유쾌하게 받아보자.

서로 한바탕 웃으며 온기를 나누는 순간을 만들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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