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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돌봄> 발뒤꿈치 각질을 불리며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25, 1인칭마음챙김 #각질 #발뒤꿈치 #족욕

by 산책이

건조한 삶이었다. 사는 게 팍팍했다.

풍족한 사랑은 못 받았지만 의식주는 해결됐다.

애정 어린 돌봄은 아니었지만, 다음 페이지를 넘길 수 있는 최소한의 지원은 받았다.

그렇게 대학을 갔고 직장을 얻었다.


그러나 늘 목말랐다.

보들보들한 가족품이 그리웠다.

따스한 손에 잡혀 다정하게 거리를 걸어보고 싶었다.


항상 '왜'냐고 물었다. '왜' 나는 이리 힘들까 싶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내가 기대한 대답을 해주진 못했다.


푸석푸석하고 메마른 삶이 계속 됐는데 눈물은 났다.

어디서 그런 촉촉한 눈물방울들이 나오는지 신기했다.

눈물이 짜기만 했다.


건조한 삶이 발뒤꿈치에서도 티 났다.

발뒤꿈치에 나날이 박히는 각질을 그냥 내버려만 뒀다.

한철이겠지.

건조한 겨울이라 그러겠지 했는데

어느 날 양말에 피가 묻어있더라.


까슬까슬한 내 인생. 그냥 놔두면 이렇게 상처가 벌어져 피까지 나겠구나 싶었다.

덜컥 겁이 났다.


따뜻한 물을 받아 발을 담갔다.

따스함과 뜨거움에 경계에 있는 온도에

잔잔한 물결이 발목까지 적시며

각질을 불렸다.


삭막한 내 마음에

소금기 짜기만 했던 눈물을 말리고

푸석푸석했던 삶을 그대로 밟고 살아온

나를 기특히 여기기 위해 발을 담갔다.


나는 족욕을 하며 발뒤꿈치 각질을 불린다.

각질을 박박 문지르며

꼼꼼히 없애기 시작한다.


야무지게 마지막에 바를 보습크림을 옆에 둔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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