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엄마, 다른 엄마 (짧은 에세이적소설 모음집)
설탕과 카페인 없이는
전화기를 붙들고 있을 수 없었다.
까딱 잘못하면 냅다 소리를 지를까 봐 겁났다.
솔직함의 용기가 또 다른 갈등을 만들 것 같아 두려웠다.
"지긋지긋하다고, 그 레퍼토리를 언제까지 들어야 하냐고, 답도 없는 이야기, 그만 좀 하라고, 나도 힘들다고.."
엄마한테 고래고래 소리 질렀던 날, 난 내 자취발 이불 골짜기 속에 파묻혀 울고 또 울었다.
어렸을 땐 내가 엄마한테 가시처럼 박힌 존재라 생각되 슬펐다.
나 때문에 이혼을 못한다고 하소연하다가도 난 너 없이는 살 수 없다 하는 엄마의 모순된 이야기는
나를 마치 엄마피에 기생하며 사는 가시 같은 존재로 만들었다.
근데 이제는 엄마가 나에게 가시가 되어 박혀 있다.
가시는 아프다. 신용카드로 살을 밀어 빼내려 해도 더 깊숙이 박혀버린다. 마치 뿌리가 있는 듯
내 혈관을 타고 뻗어나가 나를 불편하게 한다.
엄마한테 "나한테 사과하라고!"라고 외치던 날 tv에서 흘러나오던 음악이 내 머릿속에 딱 꽂혀있다.
그 음악이 나오면 비현실적으로 슬프다가 화가 난다.
용기는 또 다른 용기를 낳는다는 말을 믿지만 난 가족에겐 이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 생각한다.
가족 간의 적당한 거짓말은 평화를 부르지만
솔직함의 용기는 훈훈한 사과로 마무리되지 않고 또 다른 감정을 끄집어내 가족재난 경보를 내린다.
엄마에게 나는 현재 어떤 가시일까?
아직도 여전히, 나 때문에 할 수 없는 게 많은 서글픈 인생을 사는 건 아니겠지.
나에게 엄마는 아픈 가시면서,
동시에 빼고 싶지 않은 가시이다.
그 가시가 빠지는 순간이 엄마와의 이별일까 봐 무섭고 두렵다. 근데 때론 그 가시가 너무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