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이야기 #연작소설
그 아이는 3월 첫날부터 이른 시간에 앞문을 열고 들어왔다.
나를 보자마자 "아씨, 여자 선생님이네"하며 입을 삐죽거렸다.
하얀 얼굴에 조그맣고 연약해 보이는 모습이지만 그 입에서 나오는 말은 거칠었고 짜증이 묻어나 있었다.
"남자 선생님을 기대했구나."
속으론 당황했지만 들키고 싶지 않아 차분하게 되받아쳤다. 기분 나빠하는 모습이든, 황당해하는 모습이든
그 아이는 내 반응을 즐길 테니까.
" 전 남자선생님이 좋아요, 아 그리고 내 성격은 조금 독특해요."
"성격이 독특하다니, 무슨 말일까?"
"지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알게 돼요"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인가 싶었지만 곧 문을 열고 어색하게 들어오는 다른 아이들 사이로
그 아이와의 첫인사는 공중에 흩어졌다.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은 채 얼떨결에, 순식간에 올해 내 미션같은 아이와 처음 조우했다.
고작 그 학생의 나이는 10살.
사춘기도 아직 안 왔을 나이의 그 아이가
작년까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왜 나를 보자마자 싫어하는지 난 아무것도 알 수 없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황당한 첫 만남을 뒤로 미룬 채
당황한 기색 없이 태연하고 초연한 모습으로 교단 앞에 섰다.
삐뚤어진 아이의 말투와 표정에서 화는 나지 않았다. 왜냐하면
난 애초에 그 아이랑 싸울 마음이 없으니까.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거라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한가닥 기대는 있다.
작년보다는 낫겠지.
긴장감이 감도는 새 학년 새 학기 교실에 첫 종이 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