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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Sep 25. 2024

<너는 내 미션> 2. 난 친구 없어요

#교실이야기 #연작소설 #난 친구 없어요 

3월 첫 주,  교실 안 온도와 습도는 어색함 그 자체다. 

어떤 선생님인지, 어떤 친구들인지 서로를 탐색하니라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의 이름을 외우기 위해 자기소개 삼각대를 만드는 시간이었다. 

앞면에는 이름을, 뒷면에는 자기소개 글을 적고 있는 그때  

 

정적을 깨고 나 홀로 외치는 그 아이의 강렬한 한 마디는 나를 포함해 모든 아이들의 귓가를 쨍그리 울렸다. 


" 난 친구 없어요! 없어도 괜찮지 않나요? 혼자서도 잘 지낼 수 있는데! "


난 여기서 과연, 어떤 반응을 보여야 했을까? 

동시에 모든 아이들의 시선은 교사인 나에게 꽂혔다. 


"어떤 친구를 좋아하나요? 친해지고 싶은 친구의 모습을 상상해 보세요"


곤란한 질문엔 즉답은 하지 않았고, 그 친구의 말이 잘못됐다고 꾸짖지도 않았다. 

최대한 차분하게 아이가 진정할 수 있도록  노력했다. 그리고 손짓으로 앉아주세요 라는 신호를 보냈다. 


다행이었다. 그 친구는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강렬히 날린 후라 그런지 바로 자리에 앉았다. 

3월 첫 주의 매직이었을까. 


아이의 표정은 천진난만했지만 어딘가 묘했다. 교사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몹시 궁금해하는 아이처럼 

나를 매사 톡- 톡 건드리고 아무렇지 않게 쳐다보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도 그렇게 만만한 교사는 아니다. 


쉽게 화를 내며 엄해진다거나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머뭇거리는 모습을 보여줄 정도로 

쉬운 교사는 아니란 말이다. 


속으론 이 아이가 지금 나를 실험하고 있구나. 

내가 어떤 선생님인지 나름대로 알아보는 중이구나. 하며 

너의 꾀에 쉽게 걸려들지 않겠다고 결심했다. 

그리고 마음을 단단히 잡으려 노력했다. 

 

네가 나를 실험해? 하며 아이를 괘씸하게 여길수도 있으나 오히려 난 아이가 안쓰러웠다. 

의자 위로 올라 선 아이는 온몸으로 말하고 있는 듯했다.  


친구가 없어도 괜찮은 게 아니라 


'나 이번엔 친구 사귀고 싶어요! 한 명은 생기지 않을까요? 그럼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은데!'라고 

나한테 sos를 보내는 것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아이는 강렬한 한마디와 함께 내 답변을 듣는 둥 마는 둥  

내가 좋아하는 친구의 특징을 적는 칸에


 '친구 x'이라는 단어를 휘갈겨 쓰고는 대충- 이름 삼각대를 접어 책상 위에 삐뚤게 붙였다. 


스릴 있게 앞뒤재지 않고 일단 나에게 뛰어들고 마는 이 아이가 바로  올해 내 미션이다. 

미션의 비전을 슬로건으로 만들자면 [정서적으로는 친밀하게, 이성적으로는 거리를 두며]이다. 


너무 거창한가? 아니다. 이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아이를 위해, 그 아이와 친해질 우리 반 아이들을 위해, 그리고 교사인 나를 위한 창대한 비전이다.  


앞으로 이 아이에게 반걸음씩 다가가 친해지련다. 한 걸음에 친해지기에는 아직 내가 모르는 장벽이 많이 있을 테니 딱 반걸음씩이다. 상황에 따라 아이에게 휘둘리지 않을 거다. 


나에겐 내가 필요한 나머지 20여 명의 친구들도 있으니 이성을 잘 붙들어 매야 한다. 


고작 10살 아이를 돌보는 일인데 쉬울 것 같다고? 전혀 그렇지 않다. 


누군가 쉽다고 느낀다면? 그동안 많은 선생님들이 이 일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었기에 

티가 안 나서 잘 몰랐던 것일 뿐. 


그리고 말이다. 선생님들은 단순히 돌보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나는 돌보는 일을 하는 교사가 아니다. 나는 교육자 교를 쓰는 교사다. 


지금부터 나는 교육하는 교사 그 본연의 업무인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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