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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03. 2024

#연작소설 만들기 (4) 최애의 호구

<세 단어 습작소>(랜덤 단어 3개로 이야기 쓰기) 유행, 겁, 보관

나와의 채팅방에는 보내지 못한 카톡메시지가 수두룩하다.

친구들과의 SNS는 연습이 필요했다. 왜냐하면 나는 그들과의 대화가 언제나 겁이 났다.


카톡의 1이 사라지지 않으면 이 친구가 나에게 상처 줄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일부로 안 읽는구나'


카톡방이 울리지 않으면 친구들이 나만 따돌리고 있는 중이라고 생각했다.


'나 빼고 단톡방을 팠구나'


그때부터 나는 차곡차곡 나와의 채팅방에 친구에게 하고 싶은 말들을 보관했다.


차마 얼굴 보고는 하지 못할 말들, 할만한 말이지만 입 밖으로 나오지 않는 말들


일상적으로 쓰는 말들조차 나와의 채팅방에 먼저 보냈다.


뭐 해, 나랑 같이 놀러 갈래 등 남들에게는

그저 단순한 메시지들이

나에게는 용기가 필요한 말들이었다.


나와의 채팅방에 모여있는 이 말들은 언제든지 복사가 가능했고 필요한 곳에 붙여 넣고 전송하기만 누르면 됐다.


하지만 보내지 못한 말들은 서랍장에 쌓이고 쌓였다. 채팅장에 먼지가 쌓여가듯 그렇게 내 말들은 서랍장에숨었다.


그렇다고 인간관계를 안 한 건 아니다.

나는 메시지를 복사-붙여 넣기 하기 대신에

최신 유행하는 이모티콘을 샀다.


그리고 글자 대신 적절한 타이밍에

다양한 표정의 캐릭터들을 한 개씩 보냈다.

그 편이 훨씬 수훨했다.


마음이 편했다. 답변을 기다리지 않아도 되는

나의 감정과 무관한, 하지만 예쁘고 재미있게 포장된 이모티콘들이 나를 편안하게 해 줬다.


그런 내가 H에게 온라인

팬레터 메시지를 쓰기 시작했다.

이모티콘 따위는 쓸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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