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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02. 2024

#연작소설 만들기 (3) 최애의 호구

<세 단어 습작소>(랜덤 단어 3개로 이야기 쓰기) 흉터, 편의점, 교복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저녁으로 샀다.

학원 특강이 연이어 있기 때문에 지금 먹지 않으면 저녁 9시는 넘어야 끼니를 챙길 수 있다.


학원 건물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진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선택한 곳이다.


빨대로 달달한 바나나 우유를 쭈욱 들이키며 H의 직캠 영상을 두 손가락으로 줌 인했다.

논란이 있기 직전 마지막 무대 리허설을 찍은 장면이다.


H의 왼쪽 귀밑에는 초승달 모양의 타투가 있다.

어릴 적 계단에서 굴러 넘어져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해 새긴 타투인데 

춤을 출 때마다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보이는 타투와 그의 고양이를 닮은 표정은

묘하게 사람을 홀린다.


H를 마음에 두기 시작한 이후 밤하늘 예쁜 손톱달이 뜨는 날이면

괜히 운이 좋을 것 같은 기분으로 어깨가 펴진다. 


그가 운이 좋으면 나도 좋은 것이고

그가 운이 나쁘면 나도 운이 나쁜 것이라 

굳이 오늘의 운세, 별자리 운세를 볼 필요가 없었다.


H가 좋아하는 숫자가 내가 좋아하는 숫자였고

H가 가보고 싶은 나라는 내가 동경하는 나라였으며 

H의 음악취향에 따라 나의 재생목록 노래들도 변했다. 


나의 기호보단, 그의 기호를 찾는 게 더 편했고, 그게 더 쉬웠으며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멋진 기호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건 나에게  모종의 뿌듯함을 주었다.  


그렇게  H는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H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는 엄연히 달랐다. 알기 전을 돌아보면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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