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습작소>(랜덤 단어 3개로 이야기 쓰기) 흉터, 편의점, 교복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바나나 우유를 저녁으로 샀다.
학원 특강이 연이어 있기 때문에 지금 먹지 않으면 저녁 9시는 넘어야 끼니를 챙길 수 있다.
학원 건물에서 두 블록이나 떨어진 건물 1층에 있는 편의점으로 갔다.
아무에게도 방해받고 싶지 않아 선택한 곳이다.
빨대로 달달한 바나나 우유를 쭈욱 들이키며 H의 직캠 영상을 두 손가락으로 줌 인했다.
논란이 있기 직전 마지막 무대 리허설을 찍은 장면이다.
H의 왼쪽 귀밑에는 초승달 모양의 타투가 있다.
어릴 적 계단에서 굴러 넘어져 생긴 흉터를 가리기 위해 새긴 타투인데
춤을 출 때마다 머리카락 사이로 살짝 보이는 타투와 그의 고양이를 닮은 표정은
묘하게 사람을 홀린다.
H를 마음에 두기 시작한 이후 밤하늘 예쁜 손톱달이 뜨는 날이면
괜히 운이 좋을 것 같은 기분으로 어깨가 펴진다.
그가 운이 좋으면 나도 좋은 것이고
그가 운이 나쁘면 나도 운이 나쁜 것이라
굳이 오늘의 운세, 별자리 운세를 볼 필요가 없었다.
H가 좋아하는 숫자가 내가 좋아하는 숫자였고
H가 가보고 싶은 나라는 내가 동경하는 나라였으며
H의 음악취향에 따라 나의 재생목록 노래들도 변했다.
나의 기호보단, 그의 기호를 찾는 게 더 편했고, 그게 더 쉬웠으며
무엇보다 나 스스로가 멋진 기호를 찾아가는 것 같았다. 그건 나에게 모종의 뿌듯함을 주었다.
그렇게 H는 나를 멋진 사람으로 만들어줬다.
H를 알기 전과, 알고 난 후는 엄연히 달랐다. 알기 전을 돌아보면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