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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07. 2024

#엄마5-엄마가 참고 있다.

같은 엄마, 다른 엄마 (짧은 에세이적소설 모음집) #화장실곰팡이

화장실의 곰팡이를 처음 봤다. 깨끗한 물이 나오는 곳에서 왜  곰팡이가 피는가?

분홍색 찌꺼기가 검정색으로 번져가는데 심상치 않다. 겁이 났다.

이러다 화장실에서 벌레가 나오는 건 아닐까? 애써 무시하며 며칠을 더 버텼지만 결국 항복했다.


'저 곰팡이는 내가 없애야 하는구나'

락스를 부어야 하나, 솔로 문질러야 하나.

인터넷에 [화장실 청소]를 검색했다.



그러다 문득, 어린 시절 씩씩대며 쭈그려 앉아 화장실 청소를 하던 엄마의 뒷모습이 기억난다.


엄마는 나에게 한번도 화장실 청소를 시킨 적이 없다.

화장실 청소를 안한대고 화낸 적도 없다.


그저, 공부하라고

그저, 돈벌어오라고

그저, 힘들었으니 쉬라고 했지만


엄마는 늘 참고 있었나보다.

화장실의 물기가 마를 새 없이

화장실의 곰팡이 꽃이 필 겨를도 없이

엄마는 샤워기 헤드의 물을 콸콸 흩뿌리며 그  소리와 함께

계속 뭔가를 중얼거리며 참고 있었다.


실컷 잘해주고 마지막에 화를 냈던 엄마.

맛있는 거 해먹이고도 설거지하며 툴툴 거렸고

막상 내가 설거지를 하려 일어나면

네가 한 설거지는 마음에 안 들어서 다시 해야한다고 핀잔을 줬다.

빨리 가라고 성냈던 엄마가 기억난다.


화장실에 곰팡이들이 의미심장한 메세지를 보내는 것 같다.


며칠 째 냉정인 우리 사이에 화장실 곰팡이 꽃이 더 피기전에 엄마에게 전화 한통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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