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단어 습작소>(랜덤 단어 3개로 이야기 쓰기) 손전등, 소문, 건물
H의 미소는 반짝였다. 그의 눈빛은 팬들이 만들어준 휴대폰 손전등의 불빛보다 밝았다.
H의 눈에는 아름다운 불꽃이 있었다. 시험기간, 눈 비비며 에너지 드링크를 마시는 것보단
실황 콘서트에서의 H의 피아노 솔로곡 3분 영상이 나에겐 활력이 되었다.
H 눈의 불꽃, 손가락의 섬세한 연주, 힐끗 보이는 초승달 타투는 나를 미지의 세계로 보내줬다.
그 세계는 내가 찾던 세계였다. 내가 애타게 찾고 있던 세계인줄도 몰랐지만 그건 분명 내가 찾던 세계.
나의 최애의 세계였다.
그때부터다.
에너지 드링크를 끊었다. 그 영상으로 입덕한 나는 반딧불 불꽃소녀라는 덕명으로 세례를 받았다.
나는 이제 에너지 드링크 없이도 졸지 않고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다.
1시간 공부 - 3분 덕질의 루틴은 매우 가성비 있는 공부법이었고 성적상승은 용돈의 레벨업이었으며 그 의미는 H를 직접 볼 수 있는 콘서트 티켓을 구할 수 있는 돈이 생기는 거였다.
3분 이내의 H의 다양한 릴스, 영상은 나를 두근거리게 했고 교감신경을 한껏 끌어올렸다. 신경계를 통해 퍼져가는 최애의 에너지는 내 안에서 불꽃이 되었다.
불꽃이 된 나는 악착같이 공부해서 콘서트 티켓을 얻었고 직접 H를 보러 간다는 생각에 건물주도 부럽지 않을 만큼 기뻤다.
그렇게 난 "반딧불 불꽃소녀'라는 덕명으로 다시 태어났다.
팬레터를 쓰면 직접 답이 온다는 소문을 듣고 한 달 치 용돈을 모두 털어 팬하트레터, 서포터스 편지, 응원의 쪽지등 온갖 프리미엄 유료 팬 서비스를 닥치는 대로 이용하기 시작했다.
H에게 보내는 프리미엄 유료 팬레터에는 이모티콘 따위를 쓸 수 없었다.
H에게 답변이 직접 온다는 서비스는 나를 두근거리게 했고 '1'이 바로 사라져도 괜찮았다.
"반딧불 불꽃소녀님이 보내주신 팬레터가 저장되어 전송 중입니다. 답변이 오기까지는 최대 3달의 시간이 걸릴 수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
자동완성 답변이 결코 나를 상처 줄 계획이라곤 생각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