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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Oct 09. 2024

#엄마7-엄마 맞춤 꾸안꾸

같은 엄마, 다른 엄마 (짧은 에세이적소설 모음집) #안색레이더 

정성 들여 화장을 한다.

평소엔 귀찮다고, 피곤하다고 제대로 보지 않았던 눈썹 한 올 한올도 

족집게로 뽑아가며 정리한다.

눈, 코, 입 얼굴을 꼼꼼히 살핀다.

얼굴 위를 덮은 화장이 잘 돼도, 

그 아래 숨어 있는 내 안색부터 살피는 엄마의 눈썰미 레이다에

걸리고 싶지 않다.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면 

그게 일주일 만이더라도 엄마는 

내 안색에 대한 평부터 내리고 본다. 



"얼굴이 왜 이리 상했니?"

"얼굴이 푸석푸석하네."

"오늘은 얼굴이 좀 멀쩡하네"

"피곤해서 화장해도 티 난다" 




이 밖에도 각양각색의 안색평이 끝나면 

이젠 위에서부터 아래까지 또는 아래에서부터 위에까지

쭉 훑어본다. 


제발 사람 좀 그렇게 보지 말라고 핀잔을 줘도, 

내 딸인데 뭐 어때서라며 나의 장착 아이템을 살핀다. 


어렸을 때, 엄마는 늘 내 옷을 사줬다. 

마치 인형이 된 듯, 엄마가 사 온 옷을 입어보고, 다른 옷이랑 매칭하면서 

이게 낫네, 저게 낫네, 이건 가격대비 별로네, 가성비 있네, 고급스러워 보이네,

색깔톤이 안 맞네 하며 전신 거울 앞에서 한 동안 씨름한 기억이 난다. 


그 시절, 엄마는 그게 행복이었던 것 같다. 

다행히 나는 패션에 고집스럽지 않았고

이쁘다 하면 이쁜 줄 알고, 촌스럽다 하면 촌스러운 줄 알고, 

별로다 하면 별로인 줄 알고 

주어진 대로 입고 살았다. 


독립하며 살게 된 지금은,

내가 입고 싶은 대로 마음대로 입고 싶어도 

머릿속에서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색깔 톤이 안 맞는다. 오늘 날씨와 안 맞는다... "


그중에서 가장 내가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평은 엄마의 촌스럽다는 평이다.

엄마 눈에 촌스러우면, 다른 사람 눈에는 내가 어떻게 보일까? 

신경이 쓰여  오늘도 전신거울 앞에서 이리저리 살펴보다, 

결국 지쳐버린다. 



나는 아무래도 미적감각이 없는 걸까?

 아니면 어린 시절부터 옷을 주체적으로 골라본 적이 없어서 패션감각이 퇴화한 걸까.

 더 깊이 생각하면 머리 아프다. 

언젠가 "왜 나를 이렇게 옷도 마음대로 못 사게 하는 사람으로 키웠어" 하며 

엄마를 원망한 적이 있다.


몇 번의 원망과 속절없이 흐르는 시간 속에 

이제 엄마는 내 패션에 대해 

 포기한 척을 한다. 


관심 없다는 듯 힐끗힐끗 쳐다보고 

속 시원하게 평하고 싶은데 딸이 예민하게 굴까 입술만 오물오물거리다

헤어지기 직전에 중얼거리듯 말한다. 


그럼 나는 또, 선수 치면서 "이게 요즘 유행이래" 말하기도 하고 

" 이 옷은 편하게 입으려고 산 거야"라기도 하고 

때로는 철저히 모른척한다. 


어찌 됐든 다 큰 성인이 돼서 언제까지 엄마 맞춤의 옷만 입고 살 수는 없다. 

하지만 오랜만에 엄마를 만나는 날이면 한껏 엄마 맞춤 꾸안꾸의 패션을 선보인다. 

안색도 살피고 옷도 살피고 신발도 살피고 화장도 살피고 바쁘디 바쁘다. 


엄마 눈에는 내 안색이 내 장착 아이템들이 나의 '행복'을 가늠하는 지표인 것 같다. 

엄마 맞춤의 안색은 숨기지 못해도 장착 아이템은 노력으로 어찌어찌해볼 수는 있다. 




아.. 이런..


헤어스타일을 깜빡했다.


오늘은 새로 바꾼 미용실 평을 듣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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