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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산책이 Nov 26. 2024

<나를 위한 돌봄> 꽃 말고 나부터 돌봐야 하는군.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12, 1인칭 마음챙김 #꽃은 안 되겠어

집에 꽃을 두면 주변이 환해질 거라 믿었다.

생기 있는, 살아있는 에너지가 듬뿍 느껴지도록 생화를 골랐다.

나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기뻐했지만 겨우 일주일 남짓이었다. 


나도 돌보지 못하면서 난 감히 꽃을 키우고자 한 거다.

호기롭게 플라스틱 꽃병을 사서 지난주, 식탁 위에 예쁘게 꽃을 넣었지만


어제는 집에서 쿰쿰한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무언가 썩고 있는 냄새.

강아지 똥이 말라가는 냄새. 


창문을 열고 환기를 했지만 소용없었다.


알고 보니 점점 시들어가는 꽃잎과 줄기 사이사이로 초록 곰팡이가 거침없이 퍼져 있었다.


시들고 낡은 꽃이 뿜어내는 냄새는 가히 견딜 수 없었다.

주기적으로 물을 갈아줘야 했지만 난 그러지 못했다.


첫 만남은 상큼했지만, 결국 꽃을 종량제 쓰레기에 버리며

코 막고 꽃병 안에 담겨 있는 물을 싱크대 하수구에 쏟아 버리며 

나는 후회했다.


난 아직 꽃을 돌 볼 수 없다.

난 지금 꽃보다 더 예쁘고 가여운 '나'부터 돌봐야 한다는 걸 그때 깨달았다.


그렇다고 가짜 꽃인 조화도 싫었다.

힘 한 번 주면 바스락 거리며 후두두두 떨어지는 드라이플라워도 내키지 않았다.


나를 위한 돌봄도 연습이 필요하다.

나에게 꽃은 그게 생화든, 조화든, 드라이플라워든 

돌봄이 아니라 실패이자 오류이자 좌절로 끝났다.


누군가는 꽃을 돌보며 자신을 더 챙겼을지도 모른다.

꽃과 비슷한 색깔의 옷을 입으며 깔맞춤을 해본다거나 

꽃이 아름답게 눈에 띌 수 있도록 주변 정리를 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꽃병에 꽃을 넣고, 물을 갈아주지도 않았으며

꽃과 어울리는 색깔의 옷을 찾기엔 옷무덤에서 내일 입을 옷도 찾기 힘들었으며

식탁 주변은 여기가 식탁인지, 책상인지, 아니면 현관입구인지 알 수 없는 

엉망진창 그 자체였다. 


'나를 위한 돌봄'은 이미 답이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때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다.


그러니 내 망한 나의 돌봄 일지는 

적어도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는 시행착오 전 예습이 될 수도 있고

오! 이건 내 돌봄에 어울리겠군 하며 나에게 영감을 받아 

오늘, 아니 이번주쯤 꽃을 사 와 꽃병에 넣을지도 모른다. 


꽃도 사람마다 다르다.

돌봄도 사람마다 다르다.

나의 돌봄은 내가 찾아가야 한다.

스스로 돌봄을 찾아가는 나를 기특히 여기며

그저, 내 돌봄 찾기의 여정을 멈추지나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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