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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돌봄> 낭만의 수상소감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17, 1인칭 마음챙김 #연말시상식 #낭만돌보기

by 산책이

어린 시절, 연말 시상식을 보며 새해를 기다렸다.

방송 3사에서 동시에 시상식이 진행됐기에, 가요대상과 연기대상을 누비며

요리조리 채널을 돌렸던 기억이 난다.

멋지고 화려한 옷을 입고 무대 위에 올라 감동의 수상소감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며

한 해를 마무리했고 다음 해를 기다렸다.


대상은 꼭! 제야의 종이 울리고 나서 발표됐기에 자정을 넘어서도 깨어 있었다.

정말 연말연초였다. 그 시절 나는 낭만을 꿈꿨다.

남몰래 나도 수상소감을 준비했다.

트로피를 들고, 트로피보다 더 반짝이는 눈빛으로 화면을 응시하는 배우와 가수들이 부러웠다.

환희와 기쁨에 가득 찬 표정이 인상적이었다.

그래서 그 모습에 나를 투영시키고, 몰래 혼자서 수상소감 놀이를 했다.


내가 만약 그들처럼 상을 탄다면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말이 하고 싶을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신이 나고 기뻤다.

무엇으로 상을 탈지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다.

단지, 저 영광스러운 자리에 내가 서 있는 모습을 상상하며 나도 그들처럼 빛나고 싶었다.

연예인이 꿈이 아니었지만, 그들이 호명되고 무대에 올라 수상소감을 하는 모습은 닮고 싶었다.




어린 시절, 촉촉한 감수성 가득한.. 그야말로 낭만이 있던 시절이었다.


근데 어른이 된 지금은 시상식이 재미없다. 세상이 변한 것일 수도 있고 내가 변한 것일 수도 있지만

굳이 대상이 누굴까 궁금해하며 tv앞에서 기다리지 않는다.

옛날의 내가 꿈꾸던 낭만이 헛개비였단 걸 알게 된 걸까.


지금은 연말에 무엇으로 낭만을 꿈꿔야 할까 생각에 잠겨본다.

사족이지만 몇 년 전에는 시청률 조사 집으로 선정되어, 티비 채널을 돌릴 때마다 뿌듯했다.

나의 채널 선택이 곧 시청률이었고 그건 시상식에 일말의 영향을 끼칠 수 있으니까.


아무튼 나도 상 받고 싶다.

영광스러운 자리에 호명되어 단상에서 기쁨을 표현하고 싶다.

집에 간이 무대라도 만들어야 할까.


요즘엔 빅데이터 덕분에

밀리의 서재 앱에서는

올 한 해 나의 독서량을, 독서시간을, 가장 즐겨 읽었던 분야를 알려준다.

스타벅스 앱에서는

내가 올해 처음 먹은 음료부터, 자주 갔던 매장의 순위, 내가 즐겨 주문한 음료도 나온다.


이런 빅데이터를 바탕으로 나에게도 상을 하나 줘야겠는데

chat gpt에게라도 물어보야겠다.

연말을 맞이해 내가 이런 빅데이터 기록을 받았는데

이걸 바탕으로 나에게 어울리는 상이름을 만들어 볼래? 상을 줄래?라고 말이다.


낭만이 없으면 인생이 빨리 말라버린다는 글귀를 본 적 있다.

낭만을 잃고 싶지 않다.

낭만과 함께 나를 돌보고 싶다.

낭만으로 나를 몽글몽글하게 토닥토닥이고 싶다.


연말 시상식을 보며 수상소감 연습을 했던 내 낭만을 다시 깨워보자.

낭만도 돌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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