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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위한 돌봄> 2025년 계절예약

무기력에서 벗어나기 DAY16, 1인칭 마음챙김 #내가 듣고 싶은 말

by 산책이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에는 단풍이 든다.

매년 이 시기가 되면 열병처럼 봄을 앓고 가을을 타기도 한다.


봄바람에 - 흐드러지게 떨어지는 꽃잎들을 보며 '아름다움은 찰나의 순간이구나'싶어 공허해진다.

붉게 물든 단풍과 노랗게 깊어진 은행잎들이 가을비에 우수수 떨어지면 '인생무상이구나'싶어 쓸쓸해진다.


이건 다!

내가 봄의 색을, 가을의 색을 충분히 즐기지 못한 탓이다.


개화시기, 단풍시기에 맞춰 계절을 느끼고 싶지만

학창 시절엔 시험으로, 회사생활엔 업무로

달랑 주말 한 번을 황금 기회로 삼아 할애하는 인생이었다.


그마저도 나와 비슷한 신세의 사람들로 북적이는 길을 걸으며

오랜만에 '꾸밈'이 활동하기 불편한 옷으로 변하기만 했다.


달랑 그 하루를 바치고, 평일에 작은 창문으로 밖을 내다보면

어느샌가 비와 바람이 떼로 몰려와 배경을 전환시켰다.


콘크리트 건물 안에서

파란 파장을 뿜어대는 모니터 앞에 있었고

퇴근하면 기진맥진 소파에 침대에 바닥에 쓰러졌고

주말이면 일단 모자란 잠을 채운 후

그 사이 엉망이 된 집정리를 하다 보면

쏜살같이 시간이 지나갔다.


2025년에는 개화시기, 단풍시기를 잘 예측하고 싶다.

미리 근사하게 나만의 계절제를 준비하고 싶다.


누가 그러지 않았는가.

완전히 다른 결과를 원한다며 완전히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고.


나는 찰나의 아름다운 계절을, 내년에는 마음껏 즐기련다.


한국은 노는 것도 취미생활도 다 경쟁이었다.

먼저 예약을 하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다.


마음먹고 가보자- 하면 이미 늦었다.


2024년 테니스 코트장 예약이 어려웠고,

돈을 낸다 해도 실패했던 수많은 피켓팅 공연들이 있었으며

마음 다잡고 떠나려는 봄, 가을 호캉스 및 여행은

마음에 드는 곳은 이미 풀 예약이었다.


이번엔 마음먹을 시간도 없다. 2025년 오기 전에 마음먹고

지금부터 내년의 계절제 봄, 여름, 가을, 겨울을 미리 준비해 보련다.


내년만큼은 사계절의 바람을 느끼고, 색깔을 느끼며

감각으로 투어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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