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었구나

놓치기 아까운 벚꽃 주간, 나 혼자 즐기기엔 왠지 쓸쓸해

by 최앤

한주만에 날씨가 겨울 기운에서 여름 기운으로 확 바뀌었다.

계절이란 녀석은 늘 놀라움과 새로움을 준다. 가끔 나를 당황하게 하니 이것도 자연이 주는 선물이다.

지난주 회사에 큰 골칫거리가 있어 허둥지둥 보내고 정신을 차리니

개나리는 어느덧 초록 이파리를 내밀고 봄의 여왕으로 여기는 목련은 구경도 못했다.

이 봄을 그냥 보내나 했는데 며칠 사이 벚꽃이 동네 곳곳을 화려하게 수놓았다.

하루 이틀 사이 팝콘 터치 듯 피어난 꽃들을 보며 '그래 벚꽃이 있었지' 미소를 지어본다.

회사일로 움츠려 들었던 마음이 화사하게 물들었다.


어제저녁에는 벚꽃도 구경하고 봄기운을 만끽하고 싶어 저녁 밥상을 얼른 치우고 어린이대공원으로 향했다.

어린이대공원은 우리 집에서 걸어서 20분 거리에 있다. 구의문 쪽으로 들어가면 바로 왼쪽으로 넓은 잔디밭이 있고 그 주변으로 커다란 벚나무들이 줄줄이 서 있다. 역시나 키 큰 나무마다 흰꽃들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역시 대공원은 벚꽃 맛집이야'라는 감탄사와 함께 옛 추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는 김밥이며 컵라면을 챙겨서 어린이대공원에 자주 놀려 갔다. 넓은 잔디밭에 두 딸을 풀어놓으면 아이들은 신이 난 강아지처럼 정신없이 뛰어다녔다.

잔디밭 주위로 아름드리 서 있는 벚나무 아래에 돗자리를 펴고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나도 같이 신났었다. 그렇게 뛰어놀다 돗자리로 돌진해와 털썩 앉으면 김밥과 컵라면을 입어 넣어주었다. 아이들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예쁜 입으로 잘도 받아먹었었다. 그 시절 나도 봄이 되면 들뜨고 신났더랬다.


어제는 벚꽃을 보면서 들뜨는 마음보다는 헛헛한 마음이 더 컸다. 이제는 고3, 고1이 된 아이들은 대입 준비도 해야 하고 시간을 쪼개어 친구들과 놀기도 해야 하니 엄마와 함께할 시간이 별로 없다.

젊었을 때 느꼈던 계절마다의 들뜸과 기대가 줄어들었다. 그 아름다움을 온전히 받아들일 감수성은 커졌으나 쓸쓸함도 같이 커진 것 같다.

아이들은 더 많은 시간을 나와 떨어져서 보낼 것이고 나는 더 많이 예전을 그리워하게 될 것이다.

천천히 혼자 지낼 시간을 준비해야겠다. 늘 끼적끼적하다 말다 하던 그림도 좀 더 배우고 아이들이 아닌 친구들과 보내는 시간도 익숙해져야겠다.

올해 봄은 유난히 가슴 아프다.

20220409_210114.jpg 저녁 8시가 넘은 시간에도 사람들은 집에 갈 생각이 없나 보다. 벚꽃은 이번 주가 절정이니 그냥 보내긴 아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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