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포퓰리즘 복지 정책을 비난하면서 그 위험성을 알리기 위해 베네수엘라의 예를 들곤 합니다.
그러나 베네수엘라의 경제 실패는 단순히 무상복지 정책의 실패로만 설명할 수 없습니다.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이해해야 합니다.
베네수엘라는 석유 수출량 세계 5위의 부유한 나라였으나, 지나치게 석유 산업에 의존하는 기형적 경제구조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970년대 두 차례의 오일쇼크와 1980년대의 저유가 시대를 거치며 경제는 심각한 외환위기를 겪었고, 유가 하락은 석유 산업에 치명타를 입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우고 차베스는 사회경제 모델을 바탕으로 주택, 교육, 의료 등 사회기반시설 확충에 중점을 둔 '볼리바르 혁명'을 주도했습니다. 그의 복지 정책은 빈민층의 삶을 개선시키고, 빈곤가구 비율을 줄이며 경제 성장을 이루는 데 기여했습니다. 차베스 집권기인 1999년부터 2013년까지 베네수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3.4배 이상 증가했고, 2011년 빈곤가구 비율은 25%, 극빈가구 비율은 7%로 감소했습니다. 이는 차베스가 노동자와 빈민 계층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장기 집권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합니다.
실물경기의 회복으로 부의 집중은 부의 평등으로 나아가고 기회의 공평성은 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바꾸어 가는 과정을 이루었습니다.
빈곤가구 비율은 25%, 극빈가구 비율은 7%로 감소
그러나 이미 기득권층에 집중된 석유산업의 이익은 기득권층의 잠재된 힘을 갖게 했고 차베스 정권의 미국과의 갈등은 기득권층의 불만과 더불어 내재된 위험의 불씨가 되었습니다.
특히 미국의 경제 제재와 석유 수입 감소는 베네수엘라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습니다.
또한, 베네수엘라의 석유산업은 불순물이 많은 초중질유에 의존하고 있어 정제 비용이 많이 들고, 설비 노후화와 유능한 인력의 유출로 인해 생산량이 지속적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러나 석유산업 말고는 이렇다 할 수익모델 창출을 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석유산업에 매달림으로 인해 내재된 위험의 트리거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렇다 할 수익모델 창출을 하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석유산업에 매달림으로 인해 내재된 위험의 트리거
차베스 사후 마두로 대통령 아래서 유가 하락과 함께 국가 경제는 급격히 악화되었고, 초인플레이션과 외화 유출이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했습니다. 정부의 위기 대응 능력 부족도 경제 위기를 심화시켰습니다.
결국, 베네수엘라의 경제 실패는 복지 정책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득권층의 부정부패, 유가 하락, 석유 산업 의존, 그리고 미국과의 갈등 등 복합적인 요인들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복지 정책의 남발로만 문제를 국한시키는 것은 단순한 접근이며, 차베스의 복지 정책이 경제 발전과 부의 평등을 가져온 장점도 있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따라서 베네수엘라 경제 위기의 원인을 다양한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