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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날의 북극 Nov 02. 2024

남자운동요가8

나무자세:브릭샤사나

나무가 되어라
역사적 세월을 지닌 단단한 뿌리를 깊이 내린
나무가 되어라
바람에 흔들릴지라도 뿌리째 쓰러지지 않는
그런 나무가 되어
두 팔을 벌려 하늘을 떠 받치고
넓은 그늘을 드리워
한 여름의 뜨거운 햇볕을 가리고
잠깐의 소낙비 정도는 피할 수 있게
품 넓은 나무가 되어라
수백 년을 산 느티나무처럼, 그 뿌리는 땅속 깊이 사무치고
넓은 가지는 머리 위에 무성한 그림자를 드리워
지나가는 이들에게 잠시나마 쉴 그늘을 내어주듯이
그렇게, 품 넓은 나무가 되어라


호흡을 깊이 들이마시고 한 곳을 지그시 바라보며
한 발로 지탱한 나의 몸이
그렇게 나무가 되어라
속으로 주문을 외운다.


브릭샤사나 일명 나무자세
한쪽 발로 체중을 싣고
균형을 잘 잡고 가슴에 손을 모은다
그리고 천천히 머리 위로 뻗어 올린 손
손 끝에 바람이 일렁이는지 흔들리는 상체
고정한 시선은 의지와 상관없이 흔들리고
무너지려 한다.
흔들림 속에서도 고요가 찾아오길 바라며
호흡을 가다듬고
또다시 외워보는 주문
나무가 되어라
나무가 되어라


흔들리는 것은 나의 몸이 아니라
내 마음이지
나의 시선이지
그러니 나는 나무가 되어라
나무가 되어라
"영혜"처럼 오묘한 깊이는 아닐지라도
지금 이 순간 나는 나무가 되어
고요의 순간이 잠시 여기 스치기를 바라며
난 아주 잠깐 나무가 되었을지도 모를 시간을 통과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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