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호색(英雄好色)

고래가 노는 세상

by 구일권


후궁만 일만 팔천 명 이상이었다는 중국의 한무제나 우리의 성군 세종대왕의 공식 부인만도 두 자리 숫자였다는 얘기를 들은 것만으로도 숨이 차올랐고 서태후 또한 말하자면 여왕벌과 비교될법한 신비의 세계였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말밖에 나올수없는 나의 궁금증은 더해갔는데 역사적으로 뒤돌아보면 대부분 영웅호걸과 호색은 같이 가고 있었다. 각설하고 우리도 옛날 남성 가장들은 첩이 여럿 있어도 주위 시선에 개의치 않고 자연스럽게 지내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불륜이니 하며 지탄의 대상이지만 많은 지도층 사람들의 스캔들은 이미 매스컴을 통해 적나라하게 알려진 적이 많았고 성공한 남자는 여자를 좋아한다고 전해지는 말처럼 10대 재벌 총수중 여러 명의 가정사는 이미 세상에 다 알려진 사실이다. 그래도 그들의 세컨드는 물론 자식들까지도 여유롭게 살고 있는걸 보면 아무 문제 될 일도 없다는듯이 잘들 지내는것 같았다. 그러나 그렇지 못한 사람들도 이 세상에는 너무도 많다. 하물며 집에서 기르는 개는 잡아먹지 않는다고 했는데 자기 집 가정부나 비서 등을 건드려 패가망신 당하는 경우도 많이 봐왔고 거기다 이혼 후 양육비도 안주는 사람들 그리고 동남아에서 지내는 젊은이나 사업가들이 현지 여성들과 사이에서 출생한 아이들에 대한 대책도 없이 무책임하게 귀국해버린후 소식을 끊어버리는 일들은 이미 사회문제가 된 지 꽤 된 걸로 안다. 이런 뉴스를 볼 때면 당신도 해외 다니며 뿌려놓은 씨앗이 없는지 잘 생각해 보라며 소설 쓰는 마누라 말에 피곤함 을 억누르며 만일 내사후에라도 그런일이 생기면 잘 부탁 한다고 했다. 베네치아의 관광명소 탄식의 다리 하면 떠오르는 카사노바. 수많은 여성들과 염문을 뿌린 희대의 바람둥이 대명사였던 그는 정작 탄식의 다리를 건너 감옥에 가지는 않고 벌금만 냈다는 사실에 감옥 탈출 등 운운하며 스토리를 꾸며내 우려먹은 이탈리아 사람들의 구라에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도 국산 카사노바가 있었다. 이승만 정부인 자유당 시절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박인수 사건이었다. 일 년간 70여 명의 여성들을 농락한 일이었는데 그중 처녀는 한 명뿐이었다고 한 그의 말은 큰 파장을 일으켰고 "법은 정숙한 여인의 건전하고 순결한 정조만 보호받을 수 있다는 담당 판사의 명판결과 함께 결국 박인수는 중벌을 면할 수 있었던 걸로 기억하고 있다. 지금도 가짜 검사나 의사 등 이런 거에 속아 넘어가는 여성들을 볼 때면 요즘도 이렇게 세상이 어수룩한 건지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지금은 고인이 되셨지만 mbc가 정동에 있을 때 당시 전무였던 전 아나운서 고(故)임택근 씨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차 한잔을 한 적이 있는데 목소리는 물론 보기에도 멋진 젠틀한 분이었다. 몇 년 전에야 그분의 아들이 가수 임재범 이란 걸 알았는데 그가 부르는 노래엔 알지 못할 사연 때문일까 그에게서 보이는 카리스마속엔 깊은 우울감이 배어 있는 듯했으며 그의 이복동생이라는 배우 손지창 하여간 두 아들을 보면서 어찌 됐던 그분은 후회 없는 세상을 사셨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하여간 아무리 이성을 밝히는 사람이라도 도화살(桃花煞)만큼은 피해가야 한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도화살 사주도 매력이라니 정말 변화하는 세상 따라가기 벅찰 뿐이라 호색 단명(好色短命)이라는 글자라도 남길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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