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漫評

고래가 노는 세상

by 구일권

해외 골프장을 다녀봐도 한국 골프장 클럽하우스만큼 크고 화려한 데를 본적이 드물다. 세계 100대 골프장에 들어간다는 하와이나 캘리포니아 골프장 락커룸만 본다면 뭔가 사기 당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비싼 그린피를 주고 온 곳인데 락커룸의 옷 넣는데가 찌그러진 캐비넛 이었고 샤워하는 곳도 칙칙하게 물때가 낀 이런데가 100대 골프장에 들어간다니 하고 실망스러워 했지만 그건 골프코스를 제외한 다른 시설을 보고 하는 얘기다. 명성에 걸맞으려면 시설 또한 한국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건 순수한 나의 생각이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 걸 보며 내가 골프를 시작하던 때도 소위 명품 골프클럽을 가지고 아이언 헤드에 자기 영문 이름까지 새겨가지고 다니며 자랑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혼마 드라이버 5 스타 한 개만 해도 일반 골프채 풀세트를 살 수 있을 정도 였으니 부럽기도 했지만 그런 명품을 들고도 필드에 나가면 발발 기는 그런 사람을 보는 동반자들은 속으로 뭐라고 할지 뻔한 얘기 였다"연필 좋다고 공부 잘하냐?". 지금까지도 마찬가지겠지만 옷. 신발 등 악세사리도 점점 고급화돼가며 명품으로 치장한 여성 골퍼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들었다. 라 떼는 여성 골퍼들을 보기가 힘들었고 가끔 남자 동반자들보다 한수 위인 여성이 보이기도 했는데 화려한 옷차림에 짖은 화장을 한 그런 사람은 고급 룸살롱 마담이나 그런 류의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우리나라 골프 인구가 많이 늘어나 골프가 대중화돼간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러나 비싼 그린피는 물론 골프장 음식값 등을 볼때 대중화되기에는 아직 멀다고 느꼈다. 일본도 잘 나가던 때는 그린피가 말도 못 하게 비싼 적이 있었고 타석을 가운데 두고 앞뒤로 300야드 되는 24시간 골프 연습장도 있었으니 그 열기를 짐작할 수 있으리라 본다. 그 당시 일본 골프장에서 보았던 장면은 내가 보기도 신선했고 우리도 그런 방법이 있었으면 하는 것이 있었는데 골프가 끝나면 골프클럽을 다음에 예약된 골프장으로 택배로 보내는 시스템 이있었다. 고급 차를 자랑하고 싶은 골퍼들은 좀 다르겠지만 굳이 밀리는 도로에 차를 가지고 오지 않아도 옷가방만 들고 전철이나 버스로 와서 골프장 셔틀버스를 이용하면 되니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고 갈 때도 마찬가지인 데다 골프가 끝나면 사람들과 부담 없이 한잔하고 헤어질 수 있으니 정말 좋은 방법이라 우리도 연구해볼 만한 시스템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처럼 캐디가 없으면 골프비용을 많이 줄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지형상 개인 카트를 끌고 다니기엔 너무 힘들기도 하고 캐디 노조까지 있는 마당에 캐디가 없어진다면 수많은 사람들의 직업 또한 사라지니 불가능한 일이라 생각된다. 더 웃기는 일은 내기 골프에 찌든 한국사람들의 심리를 악용 버디나 이글까지 만들어 주는 동남아 캐디들의 영악스러운 행동은 우리가 그렇게 만든 것이기에 반성해야 할 한국 골퍼들의 추태일 뿐이다. 한 번은 LA라미라다라는 골프장엘 갔는데 여기가 한국 골프장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로 대부분 한국 골퍼들이었고 음식 또한 라면이나 김밥을 팔고 있었다. 마찬가지로 동남아 골프장에 도 많은 한국 골퍼들을 위한 한국음식과 발마사지 시설 등을 갖춰 놓았다고 한다. 다니면서 보았던 외국인 골퍼들은 오래전에 나 볼 수 있었던 낡은 클럽을 가지고 여유 있게 골프를 즐기는 모습을 볼 때 우리도 이젠 사치스러운 치장보다 모든 점에서 성숙된 플레이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인생사와 닮은 골프 세상을 뒤돌아보며 이른 아침 골프 카트길에서 코브라와 맞닥트린 일이나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장에서 사이렌 소리와 함께 벼락을 피해 달리던 일들을 생각해보면 지금도 가슴이 쫄깃 해진다. 그건 그렇고 요즘 미국에 진출한 한국 여자 골퍼들 전체가 슬럼프에 빠졌는지 성적이 전과 같지 않아 조금은 걱정스럽지만 언젠가는 튀어 오를 저력이 있는 한국 여자골퍼들의 건투를 빌며 좋은 매너와 실력으로 세계 골퍼들의 귀감이 되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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