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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Jan 19. 2023

인생 나루

고래가 사는 세상

"장명 등 깜박이는 내 고향의 집   건너 줄 나룻배는 어디로 갔나   한 많은 인생길이 멀기만 하오" 갑자기 귀에 들릴듯한 인생 나루라는 아주 오랜 옛날 노래의 일부분으로 이 노래는 큰이모부가 한잔 걸치시고 춘천 소양로 집으로 귀가 하시는 늦은 저녁이면 골목 저쪽부터 들리던 노래였는데 내가 이 노래를 기억하는 걸 보면 여러 번 들어 귀에 익은 이모부의 애창곡이었나 보다. 알고 보니 이 노래를 작곡한 사람은 이인권 이란 사람인데 귀국선이나 미사의 노래등 오래전 많은 히트곡을 남기신 분이란 걸 이번에 알게 되었다  인생 나루의 가사를 자세히 살펴보니 장명 등(長明燈)은 묘역에 불을 밝혀 사악한 기운을 쫓는 석등이라고 사전에 적혀 있는데 일반 건물 앞이나 가정집에도 있었던 것 같다.  가사내용을 보다 보면 변사가 애절하게 말하던 이수일과 심순애의 스토리가 떠오르는 반면 요즘 전철 안에서 젊은 남녀가 꼭 붙어서  스킨십을 자유롭게 하는 요즘 젊은이들이 생각났다. 나도 저럴 때가 있었나 하는 생각에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대놓고 그러던 시절은 아니었기에 한편으로는 부럽기도 했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라는 말처럼 싫으면 사랑하다 헤어지고 다른 사람을 만나면 되는 건데 울며 불며 매달리며 실의에 빠져 인생이 끝난 듯하는  노래 가사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표현하는 게 조금 다를 뿐 그 시대를 그대로 대변하는듯한 노래로 들려왔다. 사르트르와 보봐르 의 얘기와는 상관없는 일일지도 모르지만 간섭받지 않는 동거형태의 삶을 흉내 내는 요즘 젊은이들의 얘기들은 어쩌면 인스턴트 같은 사랑이 부담도 없고 상대에 대한 책임이나 부담감이 덜할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사랑에 대한 진정. 진심. 진실 이런 단어들이 빠르게 머릿속을 스치는 걸 느끼는 난 역시 옛날 사람으로 기틀을 벗어나기는 어려운 것 같다. 노미호와 주리혜의 그런 애절한 사랑에 격한 감동을 느끼며 빠져들어가던 나의 세대가 잊혀 간다는 건 큰 아쉬움으로 남을 것 같으며 그 옛날 마을 언덕 저편에서 치맛자락 부여잡고 옷고름 매만지며 말없는 인사를 건네던 순이의 그 모습이 아지랑이처럼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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