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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Feb 21. 2023

종로로 갈까요? 청량리로...

고래들이 사는 세상

65세 이상 지하철  무임승차 문제로 발단된 노인들의 문제가 사회의 큰 이슈로 부각되고 고령자 문제가 시험대에 올라 있다. 삶의 질도 하위권이고 OECD 국가 중 노인 자살률 1위 라는데 노인들을 고려장이라도 시킬 듯 위기감은 몰려오고 노인들의 설자리가 점점 좁아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지하철로 춘천 가서 닭갈비에 소주 한잔하고 오는 즐거움 마저 빼앗으려 하느냐며 거품을 무는 노인회 회장의 모습에 씁쓸함 웃음만 남는다. 과연 아무 때고 친구들과 술 한잔 할 수 있는 여유를 가진 노인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하는 생각과 함께  어떻게 보면  노인회장의 그 말도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여간 부모라면 누구나 늙어서 자식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은 것처럼 기성세대 들도 후손들에게도 무거운 짐과 걱정을 남겨주고 싶지 않은 마음 누구나 공감하는 당연한 얘기 일 것이다. 그러나  몇 년도가 되면 젊은 사람 하나가 노인 한 사람을 부양해야 한다는 암울한 얘기만 들리는데 정부나 정치인들은 지지율이나 선거에만 짱구를 굴리니 그들의 셈법도 복잡해 보인다. 어찌 됐던 고령자 문제의 해결책이나 연구도 제대로 없이 그때그때 여론에 휩쓸려 노인들을 코너로 몰아가는듯한 매스컴이나 정부의 행태는 신의와 믿음을 저버린 배신자나 다름없었다. "우바스테 야마 (노인을 버리는 산) 일본 사는 친구의 말을 빌리자면 나이 70세 된 부모를 나라야마라는 산에 버린다는 일본 영화가 있었는데 허구가 아니라 옛날 일본 대부분 지역에서 행해졌던 풍습이며 실제로는 60세에도 버려졌었다고 했다. 일본전국의 이런 전설 속에 속칭 "우바스테 야마라는 라는 산들이 있어 생산능력이 떨어지는 노인들의 입을 줄이기 위해 첩첩산중에 버려지는 이 나쁜 풍습을 일제 강점기 때 고려장 이란 이름으로 왜곡된 이야기를 만들어 우리에게 덮어 씌운 거라 했다. 우리 고려 시대에는 효자에게 큰상을 내렸다는 역사적 사실이 남아 있는 마당에 굳이 고려장을 했을 리가 없어 앞뒤가 안 맞는 얘기일 뿐이라고 그런다.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의 현실은 어떤가! 열악한 환경의 요양원에 내팽겨진채 가끔 들여다보는 가족들을 바라보며 눈물짓는 노인의 표정은 마음속의 눈물이 나를 감싸고 흘렀다. 이런 게 고려장이며 우바스테 야마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Donde Voy. 정말 어디로 가야 하는 건가!  전철로 편하고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종로 2가 파고다 공원부터 낙원동과 종묘를 지나 황학동 그리고 경동시장이 있는 제기동과 청량리 까지 이젠 그곳이 노인들의 성지요 놀이터인 곳으로 전부터 소문이 나있는 동네들이다. 용돈이 부족한 노인들에게 저렴한 식당과 이발소등도 있고 같은 또래 노인들과 장기나 바둑등을 두며 옛이야기로 꽃을 피울 수 있으며 황혼의 로맨스도 이루어진다는 그곳은 그야말로 노땅들이 시간 가는 걸 잊고 지낼 수 있는 노인들의 마지막 파라다이스 인지도 모른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나라를 위해 몸 바쳐 일한 세대였다고 항변 내지 변명도 하고 싶지만 허공의 메아리 같은 그런 말 이젠 아무 의미도 없는 듯 보인다. 아프니까 청춘이라 했던가! 솔직히 노인은 더 아픈데 말을 안 할 뿐이다. 그런데 자식을 낳지 않겠다는 요즘 젊은이들의 다양한 얘기를 들으면 이해는 가지만 결국 인구 절벽! 이러다가  그야말로 노인들만 남는 세상이 되는 건 아닌지 우려스럽다. 무자식 상 팔자라는 옛말도 곰곰이 되새겨보며 고령자에 대한 문제는 우리가 함께 풀어나가야 할 커다란 숙제로 남아 있는 심각한 현실이다. 오전 안국동 쪽에서 약속이 있어 파고다 공원 담벼락을 끼고 걸어가는데 담옆에 상자 쪼가리위 돌을 올려놓은 것들이 줄지어 놓여 있어 가만히 보니 무료급식 대기순서를 표시한 것 같았다. 누가 새치기라도 할까 봐 그래선지 이른 시간부터 자리를 지키는 몇몇 노인들의 표정에서 긴박하고 어두운 삶의 그림자가 스쳐 지나간다. 그런반면 벌건 대낮 콜라텍 엘리베이터에서 나오는 늙은 남녀들을 보면서 도대체 어떤 게 우리의 모습 일지 알 수 없는 애잔한 마음으로 그들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어느 여름날 종묘앞 잔디밭에서 새우깡에  소주병을 앞에 두고 시름을 달래는듯 꾸부정한 모습으로 혼자 앉아 있던 어느 노인의 모습은 시간이 지나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어찌 됐던  산다는 게 뭔지 모르지만 몇 살부터 노인 취급 하는 게 적당할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내가 느끼는 찐 노인의 나이가 지금 생각으로는 75세는 넘어야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들지만  늙어 갈수록 늘 청결하게 자신을 가꾸다 보면 그 연령은 더 늦춰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며 부디 노인들이 행복해하는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만 남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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