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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Mar 03. 2023

내 마음은 풍선

고래가 사는 세상

어제는 지인과 낮술부터 시작하여 2차는 충무로 근처에서 동생과 노가리와 계란말이를 앞에 놓고 쏘맥으로 하루를 마무리했다.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코로나 이후로는 한번 마시게 되면 곧 내일 세상의 종말이 올 듯이 폭주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 하여간 밤새 숙취에 시달리다 새벽 댓바람에 TV앞에 앉아 스위스 뮈렌부터 시작 쉴트호른을 거쳐 안시까지 한 바퀴를 돌고 나니 그나마 머리가 개운해졌다. 가끔 마음이 답답할 때면 아무 때고 떠나는 방구석 랜선여행이니 가방 꾸릴일도 없고 거기다 교통편이나 숙소 예약에 대한 걱정도 필요 없는 데다 장거리 비행으로 인한 피곤함도 없는 나만의 가벼운 여행을 떠나는 거다. 실제로 갔을 때는 제대로 보고 느끼지 못했던 구석구석 아름다운 풍광들과 맛있는 음식들을 짧은 시간 내에 소개받을 수 있으며 아무 때고 마음 내키면 떠날 수 있는 여행이라  떠날 수 없을 때의 답답함을 해소할 수 있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며 위로받는다는 느낌이어서 좋다. 굳이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지만 다음에는 또 어디를 가볼까 하는 작은 설렘 속에 생각나는 곳은'파타고니아(Patagonia)이다. 죽기 전에 꼭 가보고 싶은 곳이지만 내가 여행하기엔 너무 먼 거리라 틈틈이 랜선여행으로 구석구석을 돌아보고 있다. 바람의 고장이라 불리는 파타고니아 그리고 칠레의 토레스 델 파이네 국립공원의 세 봉우리는 영상으로만 보아도 가슴이 벅차오른다. 그러나 그곳까지 여행한다는 건 지금 입장에선 역시 체력적으로 무리라는 생각에 안타깝지만 그나마 작은 느낌이라도 얻으려고 파타고니아 로고가 있는 옷이라도 살까 했는데 그 가격 또한 만만치 않아 이래저래 가까이 하기엔 내게 벅찬 동네인 것 같았다. 그야말로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은데 시간이 모자란다. 나를 기다려주는 곳은 없지만 하늘 위의 풍선처럼 바람 따라 여기저기 떠다니다 언젠가 바람이 빠져 여행을 멈추게 되면 흙으로 돌아가게 되는 그런 게 인생이 인데 그래도 아쉽다는 배부른 투정도 해보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르키에 지진등에서 살아남은 어린아이들의 표정을 보며 그들에게 더 이상 시련이 없기를 두 손 모아 기도 했다.그리고 아주 낮은 곳에서  사랑을 실천하신 이태석 신부님에게 사랑과 존경의 인사를 띄어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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