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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06. 2023

 고슴도치 가족의 홍콩 생활

고래가 사는 세상

홍콩 사는 손주 녀석들이 부활절 방학을 맞아  엄마 아빠와 일본여행을 떠날 거란 소식을 들었다. 동경에서 몇 년간 근무한 적이 있던 아들 내외이기에 자기들을 위한 여행 이라기보다는 아이들을 위해 가는 것이라 생각하니 자식들을 위한 마음 씀씀이가 참 기특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들과 며느리 둘 다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지만 그 과정이 힘들었다는 걸 대충은  알기에  며느리나 아들을 볼 때마다 생각되는 것이 꼭 그 같은 길만이 성공이며 행복이 아니라는 생각을 버릴 수 없어  주위 사람들 누구에게도 자식 자랑을 해본 적이 없다. 맹모삼천지교 라 했던가! 요즘 시대에도 그런 극성스러운 부모들은 셀 수 없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청문회에 나와 자식들 학교 때문에 위장전입 했다는 사회 지도층 사람들을 수도 없이 보아왔던 터라 그게 그리 중요한지는 감각이 무뎌져 잘 모르겠지만 하여간 강남 8 학군뿐만 아니라 미국 사는 한국부모들은 물론 호주 사는 교포들도 마찬가지라 하니 과연 한국엄마들의 치맛바람은 그 끝이 어딘지 짐작할 수 없는 것 같다. 하여간 아들과 며느리도 아이들 학교 문제로 오래전에 신청해 두었던 영국 학교에 보내기 위해  기다리던 끝에 입학 허가가 나오자마자 퉁칭에서 사이쿵이란곳으로 이사를 했으니 홍콩 끝에서 끝으로 간것 같다. 지금은 둘 다 같은 학교에 다니는데 며느리는 집안일에다 아이들 학교까지 차로 데려다주고 오후에 데려오니 그 또한 무척 힘드리라 생각되지만 피곤 함을 무릅쓰고 자식들을 위해 사력을 다하는 모습이 안쓰럽고 대견 하기도 하다. 지금까지 몇 명의 필리핀 가사 도우미가 있긴 했지만 빨래나 청소등을 돕긴 하는데 마음에 썩 드는 사람은 없었던 듯하다. 커다란 바퀴 벌레가 골목길에 우글거리는 덥고 습한 홍콩에서 사는 것이 힘들 법도 한데 지금 까지 탈없이 잘 지내고 있는 걸 보면 홍콩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보내준 동영상을 보니 어느 영국 아이 생일 파티에 간 손주와 그의 친구들이 보이는데 대략  20여 명은 될 거 같은 아이들이 음악에 맞춰 방방 뛰면서 춤추는 걸 보니 정말 집안 뒤집어지게 즐거운 생일 파티인 거 같았다. 만약 아이들이 한국에서 자란다면 과연 저런 즐거움이 있을까 생각해 보니 공부나 학원에 치여 지내는 우리나라 아이들이 측은하고 안타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큰 손녀는 문학과 미술에 능한 듯하고 작은 녀석은 나를 닮은 건지 가무를 즐기는 거 같은데 아직 어리니 커서 어떤 인물이 될지는 알 수 없으나 작명가의 말처럼 둘 다 큰 인물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지만 늘 그렇듯이 아이들은 타고난 사주팔자대로 사는 것이라 생각되며 좋은 방향으로 가는 데는 부모의 노력이 큰 몫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이후 손주들 학교를 아직 가보지는 못했지만 보내준 영상으로 보니 좋은 환경에서 공부하는 거 같아 한국의 학교생활 환경으로 볼 때는 그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에 왔을 때  손주 둘이 대화할 때는 영어로 하더라고 집사람이 내게 얘기하는 걸 보니 소외감을 느꼈나 보다. 말이 늦어 걱정했던 작은 녀석은 누나도 챙길 줄 아는 건강하고 인정 많은 아이로 자란 데다  공부까지 잘하면 물론 좋겠지만 공부는  덤이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아침부터 아이들 등교 준비하느라 뻘뻘 거리며 바삐 움직이는 며느리의 모습이 눈에 선하며 늘 애들과 함께 움직이니 녹초가 될 수밖에 없는데도 아이들과 즐겁게 뒹구는 모습이 참 좋아 보였다. 학교 선생님이 손녀를 칭찬했다고 자랑하며 활짝 웃는 며느리가 무남독녀 외동딸이라 그런지 진심으로 애들을 좋아하고 사랑하기에 아이들이 늘 해맑은 표정에 구김살 없이 잘 자라는 걸 보면 우리도  반갑고 고마울 따름이다. 우리의 인생이 디자인 한대로만 살 수는 없겠지만 부모의 노력과 정성으로 아이들 첫 단추부터 제대로 끼워준다면 아이들도 큰 어려움 없이 원하는 제길을 무난하게 갈 수 있을 거란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아이들이 언제 까지 홍콩에 살지는 모르지만 10년후의 손주들은 어떤 모습으로  변해있을지 또한 홍콩은 어떻게 변화할지도 궁금하지만 그땐 내가 어디에 있을지도 모르니 그져 해보는 생각일뿐이다. 내일은 포켓몬에 꽂힌 작은 녀석 생일선물을 찾으러 대형 문고에 가볼 생각인데 코로나 이후 웬만하면 나돌아 다니지 않던 내가 손자 덕분에 발품 팔게 생겼으니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모처럼 친구들을 만나 한잔할까 생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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