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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May 22. 2023

춘 몽(春夢)

고래가 사는 세상

지금 되돌려 생각해 보면 황당하고 웃음이 나는 지난 젊은시절의 일들이다. 좀 남사스러운 얘기이긴 하지만  우리 부부가 젊었을 때 일인데 내가 해외출장만 간다고 하면 나가서 다른 짓 못하게 한다고 한 일주일 전부터 거의 매일 밤마다 마누라에게 시달리다 출장 가는 날 아침엔 기력이 쇠잔(衰殘) 한 상태라 후들거리는 발걸음으로 집을 나서곤 했다. 그래서 나중엔 출장 간다는 얘기를 미리 하질 않고 가기 전날에야 통보하여 그나마 혼수상태를 면할 수 있었다. 나를 물개에 비유했던 마누라, 그러면서 심심하면 꺼내던말은 해외에 까놓은 자식 있으면 고백하라고 소설 쓰는 마누라를 보면 측은지심 할 말을 잃는다. 지금은 언감생심 꿈도 꿀 수 없는 지난 일들이지만 그런 시절이 그립기도 한 게 사실이다. 늙은 말이 콩 더 달란다는 속담에 굳이 비유하자면 콩을 더 좋아한다는 뜻도 담겨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늙었다고 밤마저 잃어버린 건 아니니까 하는 얘기다. 전에 80대에 자식을 봤다는 해외 뉴스를 본 기억이 나기도 하지만 얼마 전 퇴임한 80대 노교수가 어린 제자를 성추행 했다는 보도에 새삼 놀란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참 대단한 양반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70~80 대라면 대부분 반딧불 같은 세대인데 재에 묻혀 보이진 않았지만 화로 속의 불씨가 조금은 남아 있었나 보다. 사람마다 다르긴 하겠지만 남자들의 생식 능력은 몇 세까지 일까 궁금해지긴 하다. 한시가 안타까워 사랑을 식히지 않으려고 애쓰는 일흔을 넘긴 남녀의 사랑 이야기를 담은 "영화 죽어도 좋아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했다. 그것처럼 많은 노인들은 사랑의 욕망을 가슴에만 가득 담은 채 열차를 타고 마지막을 향해 빠르게 가고 있는데  노인이라고 쓸모없는 듯 방임하고 있는 사회인식이 좀 달라져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나 젊음은 한순간인데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으로 세대교체가 되는 사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며 시간이 멈춘듯한 도시를 찾아 떠나고 싶은 마음만 늘간직하고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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