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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Jun 06. 2023

아름다움의 극치

고래가 사는 세상

신문에 100억이 넘는 도자기를 한남동 리움 미술관에서 만나 볼 수 있다는 기사를 보고 불현듯 이런 전시는 꼭 봐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인터넷을 통해 관람 신청을 했지만  너무 많은 관람객이 몰려 예약이 쉽지는 않았다. 몇 번의 시도 끝에 허락된 관람코드를 받고는 며칠 후 가벼운 발걸음으로 미술관을 찾을 수 있었는데 가끔 TV쇼 진품 명품을 보다 억 단위 고미술품이 나오면 감탄과 함께 내조상님도 저런 거 하나 남겨주시지 하는 부러움과 시기심이 함께 몰려들 때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전시회를 보고 난 감회는 그런 허접한 생각이나 감상평을 하기에는 감히 건드리기 힘든 알 수 없는 혼이 지금 까지도 내 머릿속에 남겨져 있다. 화려한 꽃무늬 나 구름 속에서 곧 나올듯한 용의 모습을 담은 도자기들을 보고 나니 생전 처음 눈호강을 한 느낌이었다. 또한 오래전 일본 지인의 집에 갔을 때 그가 자랑스레 내게 보여주던 조선백자를 보며 그 아름다움 보다는 우리 것이 일본에 있다는 사실에 비분한 마음을 지울 수 없었지만 이번에 전시된 것은 그보다도 더 큰 달항아리 백자들이었는데  그들을 마주한 나는 피부색이 하얀 미인의 가슴과 목덜미를 훔쳐본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고 보니 임진왜란 때 일본인들이 조선도공들을 다잡아간 이유가 있었다는 생각을 하며 장인을 천대한 나라에서 저런 예술의 혼을 불태울 수 있었던 그들의 삶을 기려 보았다. 모처럼 문화적 소양을 쌓은듯한 뿌듯한 마음은 의미 있는 하루를 보낸 것 같아 앞으로는 이런 곳에 관심을 가지고 자주 찾아볼 생각인데 연주회나 음악회는 직접 가보지 못하더라도 집에서 즐길 수 있지만 미술품들은 화면으로 감상한다는 것은 한계가 있으니 직접 찾아 둘러볼 수밖에 없었기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멀어진 듯하다.  해외에 갔을 때 관람한 유명 미술품은 떠밀려 다니다시피 본 것들이라 몇 개의 작품들을 제외하고는 뚜렷이 기억에 남는 것들이 별로 없고 가끔 조각하는 친구 따라 인사동 이나 예술의 전당, 평창동 전시장등을  찾는 정도이기에 보는 눈은 당연히 부족할 수밖에 없어 내 취향의 테두리 안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다는 한계를 느끼고 있었다. 우리 것을 지킴과 동시에 더욱 알아가야겠다는 마음은 얼마 전 들린 마곡사. 갑사등 계룡산 근처 사찰에 들렸을 때도 느꼈지만 우리 문화재에 대해 그동안 너무 무관심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 속에 해외여행중 만난 그들의 문화재나 미술품에 감탄하기 전에 우리 것부터 제대로 보고 느낄 수 있는 시간을 많이 가져야겠다는 생각이며 이 나이에 남는 건 시간뿐인데 너무 게으름을 피우며 지내온 것 같아 반성하는 계기도된듯하다. 간송 미술관이나 호암, 국립박물관과 개인 소장 품들을 모아 놓은 이번 전시회는 조선 최고의 백자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는 내게는 마지막 기회인 듯싶어 그 아름다움을 눈에 담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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