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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04. 2023

대구(大邱) 그짧은 기억

고래가 사는 세상

사과 궤짝 속에 가득 찬 쌀겨 속을 뒤지면 크고 빨간 사과가 나왔다. 이른 아침부터 툇마루에 앉아 사과를 먹고 있는 나의 어릴적 모습이 그려진다. 아버지의 전근으로 대구에 이사 오면서 잠시 대구 약전골목 근처 어느 한옥에 살 때 기억이다. 얼마 지나 삼덕동에 있던 관사로 옮기게 되었는데 일본 적산 가옥이었던 그 집은 정원도 넓은 데다  천장도 높고 그 규모가 상당해 지금 생각해 보면 일제강점기 시절 고관이 살았던 집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삼덕동 성당 유치원 다니던 그 시절 집에는 일하는 누나 둘과 군인 둘이 함께 살았는데 나중에 누나 중 하나가 신 하사라는 운전병과 결혼하여 그 집 첫아이 출산후 어머니와 반월당에 사는 그누나 집을 찾아간 기억이 남아 있다. 그 집에 살 때는 두 번이나 강도가 드는 바람에  당번병 이 총까지 들고 교대로 보초를 섰던 일이 있었는데 전쟁 후 살기 힘들었기에 일어났던 일들이라고 생각하고 싶은 지난 세월 이다. 집에는 늘 미군 C레이션 박스가 가득했는데 집에 있던 군인 아저씨들이나 누나들이 집에 갈 때 들고 갔고 나는 초콜릿이나 잼이 들어 있는 깡통을 들고나가 길목 입구의 뽑기 아저씨와 바꿔 먹기도 했다.그당시 구 씨 집안사람이 대구 백화점을 오픈할 때는 우리 가족도 참석해 아버지도 테이프를 끊었고 나는 장난감을 선물로 받아 좋았던 그때기분은 아마도 손주 녀석이 공룡이나 자동차를 보내줬을 때 좋아하던 그 표정 이 아니었을까 하는 마음이다. 그 후 대구를 떠난지 오랜시간이 지난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과 여행하다 돌아오는 길에 돈이 떨어져 우연히 대구에 내리게 됐는데  대구 방천 시장에서 신고 있던 미제 워커를 팔았던 기억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절로 난다. 남대문에서 구두장사를 하던 친구집에서 친구 녀석이 몰래 들고 나와 우리들에게 선물? 했던 건데 아마 미제 워커 인 데다 그런대로 새 구두라  팔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돈으로 굶주렸던 배를 채우고 서울까지 오는 기차비를 마련할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신통하고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그 후로는 지금 까지 대구를 간 적은 없지만 3명의 대통령을 배출한 대구가 이런저런 일들로 늘 매스컴에 오르내리는걸  보면 그동네가 그렇게 기가 강하고 억센 사람들이 사는 도시였나 하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곳이다. 서울로 와서 얼마간 대구 사투리를 쓰는 바람에 친구들에게 놀림받던 때를 생각해 보면 그것도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시간이 많이 흘렀지만  김광석이 남긴 많은 노래들을 생각하면  언제 그의 흔적과 나의 어릴적 짧은 기억 속의  대구를 찾아 그 거리를 걸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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