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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Apr 04. 2023

우리말도 어려운데...

고래가 사는 세상

가끔 방송에서 사회자가 그럼 몇 개 국어를 하시는 건가요 하며 참석자에 물어볼 때 3개 국어 아니 그이 상의 외국어를 구사할 줄 안다는 패널들의 대답은 과히 나를 놀라게도 하고 부럽게도 만들었다. 그러면서도 혹시 나처럼 여행하는데 지장이 없을 정도의 외국어를 하면서 그러는 건 아닌지 하고 의심스런 눈초리로 바라보게 되는게 사실이다. 사실 외국어 한 개라도 제대로 하려면 어려운 건데 그게 사실이라면 언어의 천재라고 밖에 말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외국에 유학하여 석, 박사 과정을 모두 마친 각 분야의 사람들도 외국어로 말할 때 보면 발음부터 모든 게 어눌해 보이는 그들의 외국어 실력을 방송에서 볼 때면 역시 외국어란 어려운 거며 그런 모습이 정상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나도 미국에서 생활할 때나 일본 이나 태국을 자주 들락 거릴 때는 그 나라 생활 용어 정도 자유로웠는데 돌아와서 한참을 사용하지 않다가 갑자기 말하려면 생각이 많아지고 말하는 게 순조롭질 못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다가도 술을 마시면서 대화를 할 때면 나의 언어 능력이 되살아나 신이 나서 주절 대는 경우가 많아 그 능력이 머릿속에 오래 잠재되어 있기를 바랄 뿐이다. 요즘 해외를 소개하는 유튜버들이나 테마기행에 나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보면 언어 사용이 그의 직업에 따라 틀에 박힌 외국어를 하는 거 같아 매우 흥미롭게 들렸다. 외국인이 우리나라 말을 너무 잘하면 징그러워 보일 거 같은 나의 생각은 버릴 수 없을 것 같은데 방송에 출연하는 몇몇 외국인들을 보면 생김새만 다를 뿐이지 거의 완벽한 한국어로 말할 때마다 느끼는 나의 부러움과 시기심 이 교차하고 있었다. 하여간 예를 들어 일본을 소개하는 유튜버 들이나 여행 프로에 나오는 사람들 중에 "오사카 사는 사람들"의 마츠다 같은 사람 말고 순수한 여행자로서 단기간에 배운 실력으로는 대단하게 일본어를 잘하는 능력자들을 볼 수 있었는데 약간은 부족하지만 의사전달을 충분히만 할 수 있다면 외국인으로는 그게 더 매력적으로 보일 텐데 언어의 전달보다는 그 이상한 추임새 라고 할까 하여간 일본여성들이 흔히 쓰는 그런 소리나 흉내 내는 걸 볼 때 글쎄 빈정 상한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굳이 말하자면 국산 자동차에 일본차 엠블렘을 달고 다니는 그런 느낌이 들었으니 말이다. 전에 일본에 유학 중인 학생들의 얘기로는 일본어는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얘기를 듣기도 했지만 알고 보면 우리가 사용하는 모국어도 모르는 게 많은데 외국어를 잘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어려울까라고 늘 하는 생각이며 번역이나 통역 이런 거와는 거리가 먼 단순 한 의사소통에 대한 나의 의견이다. 그 나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살려면 언어가 제일 중요하다는 사실은 경험을 통해 뼈저리게 느낀 나지만 주거지가 한국인 나는 그때그때 필요한 외국어만 주워 담아 여행을 떠나도 아무 불편이 없었고 거기다 파파고 같은 번역기도 많이 발전한데다 이젠 한국말을 구사할 줄 아는 외국인들도 많아져 급하면 우리말로도 통할 수 있는 범위가 확대 됐다는 걸 느꼈다. 사실 우리가 그 나라 코미디까지 이해하려면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음악이나 드라마 같은 것이  그들의 언어를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는 생각이다. 외국인의  애교 섞인 지방 사투리가 정겨운 그런 모습을 보며 이 세상에 얼마나 많은 언어와 사투리가 존재할까 하는 생각을 하니 하늘의 별을 세는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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