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들이 소곤대는 홍콩의 밤거리' 옛날에 많이 들어본 금사향 씨의 홍콩 아가씨라는 노래다. 홍콩은 70년도 말부터 80년 중반까지는 여러 번 갔었고 그 후에는 간 적이 없었는데 6년 전쯤 일본서 근무하던 아들이 홍콩에 있는 회사로 옮기고부터 일 년에 한두 번 손주들 만나러 가게 됐다. 그러고 보니 코로나19 덕분에 홍콩을 못 간지도 어느새 두 해가 지나 가는데 그나마 손주들을 동영상으로는 자주 볼 수 있어 다행이라 생각하며 녀석들이 즐겁게 지내며 콩나물처럼 쑥쑥 자라는 모습은 볼 때마다 그 변화를 느낄 수 있다. 하여간 홍콩이 여름엔 더워서 봄가을이나 구정 때만 갔었는데 생각해 보니 지금까지 여러 번 다녔어도 홍콩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다. 오래전에 짧은 관광은 해봐서 이곳저곳 기억은 좀 남아 있지만 근래에 와서는 혼자 다닌 적이 없어선지 가족들과 함께 가는 음식점과 동네 아웃렛이나 와인 가개 정도뿐인 것 같다. 집사람도 며느리가 회사 다닐 때 어린 손주들을 가정부 에게만 맡기는 게 늘 걱정이 돼서 두 달 정도 홍콩에서 지낸 적이 있는데도 집에만 있었는지 오히려 내게 홍콩에 대해 물어본다. 스탠리 베이 등 여러 해변과 센트럴이나 구룡 등 관광객들이 다니는 곳은 대부분 다녀본 거 같은데 뭔가 허전한 게 홍콩에 대해 겉만 아는 거 같아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 혼자 자유롭게 내 취향에 맞는 곳들을 찾아다녀보지 못해서 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TV에서 요리사 이연복 씨가 홍콩에서 전에 아나운서였던 강수정 씨와 함께 홍콩의 이곳저곳을 다니며 맛집을 안내하는 '주유천하 '인가하는 프로를 본 적이 있는데 내가 홍콩에서 들려보고 싶은 그런 곳들이었다. 밤거리 골목식당에서 대단한 화력의 불위로 신나게 웍을 돌리는 그런 가개 앞에서 맛있는 요리와 시원한 맥주를 마신다면 그야말로 홍콩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아 언젠가는 그런 곳을 꼭 찾아가려 한다. 아들에게도 그런 곳을 가자고 얘기한 적도 있지만 비위생적이니 하며 바퀴벌레 얘기가 먼저 나왔고 시골 어촌마을 해산물 식당 한번 가보자 하면 거기는 광동 말을 할 줄 알아야 한다며 늘 아들이 선호하는 식당만 따라다닐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손주들이 아직 어려 함께하기에는 불편한 장소들이 많기 때문에 이래저래 내가 아는 홍콩은 제한적 일수밖에 없었다. 옛날 처음 홍콩에 갔을 때는 견물생심( 見物生心)이라고 정말 눈 돌아가게 사고 싶은 것도 많았고 딤섬이나 샥스핀, 페퍼 크랩 등 처음 먹어 보는 음식 맛에 정신을 놓을 정도로 맛있었다. 페닌슐라 호텔 안에서 구입한 담배 파이프에 잎담배를 채우고 느끼던 달콤하고 짙은 향에 나는 먼 항해를 떠나는 마도로스가 되었고 쨍한 금속성 소리의 금장 라이터는 젊은 시절 나를 대변하는 상징이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게 안개 걷힌 듯 다 사라지고 없어진 일장춘몽( 一場春夢)이었는지 모르지만 좋았던 그 기억만은 영원히 간직하고 싶었다. 오래전 에는 홍콩 이나 싱가포르 그리고 대만 에만 가도 사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이젠 그들이 우리나라에 쇼핑을 하러 오니 세상 변한 걸 실감하게 된다. 홍콩도 연말 세일 기간 에나 우리에게서 볼 수 없는 디자인의 물건이 있나 들려볼까 생각은 하지만 별 기대는 안 한다. 그러고 보니 생각나는 게 70년대 말 홍콩 HYATT 호텔에서 있은 패션쇼에 모델 겸 가수 루비나 씨와 동행한 적이 있는데 현지에 태풍이 오는 바람에 여러 가지로 준비가 덜돼 얼떨결에 내가 사회를 보게 되었는데 많은 기자들과 관계자들 앞에서 진땀을 흘리며 정신없어 어떻게 끝냈는지 기억도 없다. 그때 처음 만난 루비나 씨는 모델 겸 가수로도 대단했다. 행사 도중 모델 한 사람이 갑자기 일이 생겨 루비나 씨가 대신 무대에 서게 됐는데 무대를 휘어잡는 그노련함과 우아함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로부터 큰 호응과 찬사를 받았다. 그 후 파리 preta porter(쁘레타 뽀르테)등 몇 번의 여행을 함께 했는데 깔끔하고 딱 부러지는 성격에 남을 배려할 줄 아는 그 모습에 반한 사람이다. 축구선수 변호영이 홍콩 프로 구단에서 뛸 때 처음 갔으니 참 오랜 세월이 흘렀나 보다. 그 후 신상옥. 최은희 납치사 건등으로 한때는 화장실도 단체로 가는 촌극도 벌어졌던 시절 이후 홍콩을 한동안 잊고 지냈었다. 며느리와 아들이 결혼해서 홍콩으로 간지도 어느새 6년이 넘었나 본데 결혼 후 바로 홍콩으로 갔으니 우리와 지낸 시간은 별로 없지만 그래도 영상통화 덕분에 늘 가까이 있는 것처럼 지낸다. 며느리도 지금은 직장은 안 나가고 아이들 기르는데 전념하며 요리 공부도 열심히 한다는데 아들이 자기 처 음식 솜씨 자랑을 엄청 해대는 걸 보며 그런 거에 인색했던 예전의 나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공부는 물론 중, 고등학교 시절 내리 반장을 지냈다는 며느리의 능력이 아들의 부족한 부분을 잘 받쳐줄 거라 늘 믿고 있다. 이제는 홍콩의 한국 마켓뿐만 아니라 현지의 많은 가개들에서도 많은 한국식품들을 볼 수 있으니 전처럼 보내줄 만한 음식들 이 별로 없는 게 사실이다. 거기다 홍콩 세관이 식품에 대한 간섭이 별로 없어 언젠가 사돈댁은 생선회까지 떠가지고 갔다고 했다. 둘 다 외동이라 자식에 대한 애정이 남달라선지 그야말로 지극정성이다. 손주들 둘 다 홍콩에서 태어났는데 출산 때마다 같이 돌봐주질 못해 집사람은 늘 안타까워했지만 늘 병원에서 아들과 함께 있는 사진을 바로 보내주어서 우리를 안심시켰고 대견하기도 했다. 홍콩은 여름에 더워서 그렇지 살기는 편한 것 같아 보였다. 우리의 가을 날씨 같은 겨울날 아침이면 단지 내에 있는 스타벅스에서 투샷의 진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홍콩의 이른 아침을 즐겼는데 길에 다니는 사람들은 추워선지 경량 패딩을 입은 반면 반팔 차림에 반바지만 입고 나온 나는 조금 민망하기도 했었다. 얼마 전에는 큰손녀가 다니는 학교가 가까운 구룡 동쪽 바닷가 클리어 워터베이로 이사했다고 해서 홍콩 유튜버들이 올린 영상을 통해보니 트래킹 할 수 있는 산과 바다에 근접한 동네로 근처 사이쿵 이란 바닷가에는 어선들도 보이는 게 전에 살던 곳보다 주변 환경은 훨씬 좋아 보였다. 내가 좋아하는 곳은 구룡역 W호텔 근처 아파트에 둘러 쌓인 식당가인데 편안한 분위기에 가격도 착한 데다 여러 나라 음식을 맛볼 수 있고 맛 좋은 와인도 추천받을 수 있어 홍콩에 가면 늘 들리고 싶은 장소이며 언제 기회가 된다면 아침 시간에 센트럴의 얌 차이 하는 집이나 달달한 음식을 파는 차찬텡을 들려볼 생각이다. 음식에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요리에 관한 TV 프로를 가끔 보게 되는데 각국의 음식을 소개하는 스트리트 푸드파이터를 몇 번 보긴 했지만 맛있게 먹는 거 외엔 뭔가 빠진 것 같은 싱거운 프로라는 생각이 들었다. 백 선생 혼자 다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밤문화도 살짝 겸해서 상대와 한잔 하는 자유스러운 분위기 그런 게 내가 바라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 많은 음식에 대한 조리법을 다 알면 뭐하겠는가. 식당 차릴 것도 아닌데 그저 집에서 음식 만들 때 응용하는 정도면 좋을 거란 생각이다. 홍콩을 가면 반가운 건 맛있는 와인을 저렴하게 살 수 있고 음식 또한 다양해서다. 우리가 가기 전에 아들은 와인 냉장고에 미리 와인을 가득 채워둔다. 집사람부터 며느리까지 가족 모두 와인 귀신들이라 하루 저녁에 5~6병을 비울 때도 있으니 아들은 와인 냉장고를 채우느라 늘 바쁘다. 앞으로 중국 속의 홍콩은 어떻게 변해갈지 우려스러운 면이 없질 않지만 그곳에 사는 동안 아들 가족 모두 건강하게 잘 지내길 바라는 마음뿐이며 앞날을 걱정하다 현재를 망치지 말라고 했으니 옳은 말인 것 같다. 옛날 어렸을 때 동네 아이들의 놀이터였던 신설동 근처 관우 장군 사당을 홍콩 만모 사원에서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운 마음과 함께 옛 추억을 떠올리며 관우 장군에게 가족들의 건강과 안녕을 부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