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골프 약속이 있어 이른 새벽에 일어나 가방을 챙기는데 마누라가 잠자다 감긴 눈으로 나오더니 여보 전쟁 났냐고 시비조로 말을 건넨다. 일을 그렇게 열심히 했으면 평창동 이나 성북동에 집 한 채는 마련했을 거라는 등 미꾸라지 거품 무는 소리에 벌써 오늘 골프는 죽 쑬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으로 집을 나섰다. 최상의 컨디션을 가지고 나간다 해도 좋은 스코어가 나온다는 법이 없는 게 골프라 매번 혹시나 하고 나가면 역시나 하고 돌아올 적이 많았다.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 등 주절거리며 스코어를 속이거나 알까기 등을 수시로 하는 그런 친구들의 불량스러운 매너 때문에 내가 플레이에 집중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골프라는 게 지켜야 할 매너나 룰도 복잡하지만 상대가 공이 잘 안 맞는다고 성의 없이 치거나 명랑 골프가 되는 경우 그날은 돈과 시간을 날려버리는 무의미한 하루가 돼버린다. 요즘엔 갑자기 TV 예능 프로에 골프를 주제로 한 내용을 여러 방송에서 앞다투어 내보는데 글쎄 너무 재미를 위주로 하다 보니 우려스러운 점도 있어 과연 시청자들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 궁금하다. 오래전 양주 골프장에서 앞팀의 나훈아와 백인천 씨가 플레이하는 걸 볼 수 있었는데 두사람다 싱글 플레이어 수준으로 백인천 씨는 역시 장타자답게 거리도 대단했다. 어제는 우연히 TV에서 이승엽의 골프 하는 장면을 봤는데 아직 다듬어지지는 않았지만 이승엽 역시 홈런타자 다운 비거리가 나오는 걸 봤는데 문득 어느 야구선수가 한 말이 생각났다. 휘어지면서 빠르게 날아오는 야구공도 치는데 가만히 서있는 공을 치기가 왜 그렇게 치기 힘든 건지 알 수 없다는 말, 그렇다 어느 운동이나 마찬가지지만 힘 뺀다는 의미 하나만 알 수 있을 때 까지도 많은 시간이 걸리며 마인드 컨트롤하는 방법도 참 중요하다. 잘 나가던 프로 선수들도 갑자기 스윙의 난조를 보이며 무너져 한동안 슬럼프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봐왔다. 또한 골프도 심성이 좋아야 잘된다고 생각한다. 오래전 나와 같은 클럽 멤버였던 M 회장 은 골프장부터 호텔, 건설회사 등을 가진 그야말로 재벌급 회장인데 나와 골프를 나가면 늘 핸디 몇 개만 더 달라고 징징대며 쫓아다니던 양반이었다. 그러면서 누구든 500억 이상 을 가지고 있으면 파리들이 너무 꼬여 그 돈은 그 사람 것이 아니라던 M 회장, 그 후 무슨 일 때문에 그랬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신문에 나오더니 결국 하와이로 도피 그곳에서 생을 마감했다는 소식이 들렸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던가 그냥 재미있게 사시지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골프를 접은 지 10년 넘었지만 LPGA에서 활동하는 우리 선수들을 보며 지금도 나의 마음은 그들에게 얹혀 다닌다. 나의 베스트 스코어는 안산 제일 cc에서 기록한 76타가 최고였고 그 후 70~80대를 들락 거리더니 결국 80대중후반으로내려앉고 말았다. 낡은 골프백 속에 담겨있는 오래된 아이언처럼 나도 같이 녹슬어 가고 있는 중이다. 플레이를 하다 보면 공이 잘 맞아 거리도 엄청났는데 가보면 디봇에 빠져 있다거나 해저드, 벙커 등 골프에서 이런 것들을 늘 피해 갈 수 없는 것과 같은 게 롤러코스터 같은 우리네 인생이 아닌가?. 내일 당장 부도가 나더라도 모든 걸 잊고 오늘은 골프만을 즐기고 싶다던 사람, 제대로 즐기면 참 좋은 운동인데 하는 마음뿐이다. 어느새 한국의 골프장 수가 700 여개나 된다고 하며 요즘은 비싼 골프장 비용 때문에 불평이 끊이지 않는데도 늘 호황이라고 한다. 지난 일들이지만 이럴 때 30~40$ 정도면 충분히 골프를 즐길 수 있었던 LA 근교 퍼블릭 골프장을 다녀올 수 있다면 참 좋을 텐데 하는 마음이 남아있는 걸 보면 골프에 대한 애정은 영원히 버릴 수가 없나 보다. 평생 홀인원 한번 못해보고 잔디만 뜯고 다녔지만 그나마 인생의 깨달음은 건진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하며 책장 위에 놓인 빛바랜 트로피가 그 흔적으로 남아 나와 함께 가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