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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일권 Dec 27. 2023

가미카제와 월광

고래가사는 세상

베토벤의 월광 소나타 얘기를 하려게 아니라 크리스마스날 아침 TV 채널을 돌리다 보니 일본 NHK에서 방영하는 가미카제 특공대 4000인의 生과死라는 다큐멘터리 프로를 보게 되었다. 알다시피 가미카제(神風)는 태평양 전쟁당시 일본 미츠비시에서 제작한 해군 함상 전투기로 제로센이라고 불리던 경공격기였는데 전쟁초기에는 연합군에 큰 타격을 주기도 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미국의 헬켓과 콜세어 함재기에 밀리며 결국 전쟁말기에는 소위 독고다이(特攻隊) 라고 불리던 자살특공대의 도구로 사용될 수밖에 없는 비참한 운명을 맞이하게 되었다. 어찌 됐던 국가에 운명을 맡기고 *덴노헤이카 반자이(천황폐하만세)를 외치며 창공으로 사라졌다고 미화시키는 그들에게 출격 전 히로뽕이나 술로서 정신을 몽롱하게 만들었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걸 보면 그야말로 개죽음이었을 뿐 강요에 의한 어쩔 수 없는 운명이었으리라 생각된다. 그건 그렇다 치더라도 가미카제 특공대안에는 우리 조선인 조종사도  있었다는 놀라운 사실이다. 한일민족문제 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그들은 18세 에서 25세 정도의 청년들로 대략 16명 정도가 가미카제 특공대에 속해 있었다 한다. 그중 경성법전 재학 중이었던 노용우는 특별지원병으로 지원 45년 5월 29일 21세 나이로 일본 본토를 공습 중이던 미군 B-29 폭격기를 자살공격으로 격추시켜 일본 군신으로 추앙받아 야스쿠니신사에 합사 되어 있다고 했다. 그래선지 오래전 일본 만화에서 보았던 그 장면지금까지 강렬하게 남아 그 자살공격기의 이름이 월광(月光)이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있다. 또한 탁경현 이란 가미카제 대원은 사망 후 구로다 후쿠미라는 친한파 여배우의 꿈에 나타나  원통함을 토로하기에 그녀는 사비를 털어 그의 원혼을 달래기 위해 탁경현의 고향 경남 사천에 위령비를 세운일이 있었지만 광복회의 반대로 철거된 적이 있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렸다. 2만여 명의 한국인 위패가 합사 되어 있다는 야스쿠니 신사 그들의 위패도 그곳에 있다고 하는데 그들의 사후 들려오는 사연은 가슴을 아프게 만드는 얘기뿐이었다. 과연 이들 모두 젊은 혈기만으로 가미카제에 지원했을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수 없었다. 태평양 전쟁 당시 티니안 , 사이판 .괌등과 남양군도에 강제징병. 강제동원됐던 많은 한국인들  B급 전범도 있었다는 얘기도 나중에 들리긴 했지만 그 밖에 대부분의 많은 한국인들이 이대로 버려져 역사 속에서 사라져야 하는 건지 묻고 싶다. 힘없는 국가에 태어난 잘못된 운명일 뿐인데 누굴 탓할 수는 없다고 하더라도  우리들도 그들의 애달픈 사연에 관한 얘기를 찾아내어 제대로 재조명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지나간 과거의 일이라고 덮어두려고만 말고 그 역사진실 만큼은 정확하게 남겨 억울하고 수치스러웠던 과거를 교훈 삼아 같은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적과의 부자유스러운 동거로 기분마저 찝찝한 요즈음 세계는 K컬처에 열광하고 있지만 일본으로부터 받은 상처가 완전하게 아물지 않은 우리에게  내가 주는 대로 받아먹으라는 의미의 오마카세 열풍이 서서히  스며들고 있는 것을 볼 때 얼마전 까지 적대시 했던 그상황을 돌이켜 보면  아이러니 한 양국의 관계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자못 궁금해진다. 그러나 지금처럼  정부가 계속 일본에게 저자세의 모습을 보인다면 언젠가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예감마저 든다.  휴화산 같이 잠재되어 있는 그들의 칼날이 또 언제 우리를 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멈출 수 없다. 수많은 외세의 침략만을 받으며 살아온 지난 과거를 되돌아본다면 이제 우리 국민들도 제대로 각성하여 강한 국력만이  우리가 살길이라는 걸  잊으면 안 되겠다는 다짐을 생뚱맞게도 크리스마스날에  글로 옮겨 봤다. marry Christmas & happy new ye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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