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설(殘雪)을 지고 있는 뒷산 나뭇가지들만 바라보아도 한겨울의 추위를 느끼게 하지만 구정 지나고 한두 달만 있으면 또 바람에 흩날리는 벚꽃과 양지바른 언덕에서 난리 치는 개나리의 모습을 때맞춰 볼 수 있는 계절이 다시 올 것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내는 해와 새로 맞이하는 해에 대해 여러 가지 의미를 부여하며 그 의식을 치르려 노력하는 걸 볼 수 있다. 우리 같은 경우 동짓날에 팥죽을 끓여 먹는다던지 새해에는 만둣국이나 떡국들을 먹으며 새해를 맞이한다. 우리와 다른 풍습을 가진 일본의 경우 12월 31일 자정을 넘기 전에 메밀국수(소바)를 먹고 새해에는 1월 1일부터 15일까지 토시아케 우동을 먹는다. 12월 그믐날 먹는 소바는 액운을 끊어 버리고 새해로 넘어가는 의미가 있다면 토시아케 우동은 새해 들어 장수를 기원하는 의미라 했다. 우리도 오래전에 생일날 짜장면을 먹었던 것은 그런 것과 연관된 건 아니지 모르겠다. 하여간 지난해 시작된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 하마스 간의 전쟁은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지루한 날들 속에 애꿎은 민간인들만 희생되고 있으니 그 참혹한 현실을 바라보고만 있는 강대국 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새해 들어서는 동해에 인접한 이시카와현에 새해벽두부터 대지진이 일어나고 아직도 여진은 계속되고 더군다나 폭설까지 내려 구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런데도 그리 호들갑스럽지 않고 잠잠한 걸 보면 새해부터 북한에서 쏘아대는 포탄에도 무감각한 우리처럼 그들도 지진에 대해 무뎌진 것 같지만 그들은 우리와 달리 재난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 있는 대비를 잘해놓았기 때문에 평온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상 기후 변화로 인한 폭설과 홍수 가뭄등 세계는 그야말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금 인데도 모든 국가가 별 관심도 없는 듯 적극적인 대처가 없는 걸 보며 얼마 지나지 않아 그야말로 지구가 감당 못할 큰 재난이 닥치지 않을까 하는 걱정만 앞선다. 그런데 얼마 전 우리 대통령이 일본 지진에 대해 적극 지원 하겠다고 했는데 언제부터 그렇게 친했다고 갑자기 애정공세를 펼치면 일본이 달라질 거라는 생각은 큰 오산이라 생각한다. 일본인들 이 우리에게 우호적으로 바뀌었다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들은 단지 한국 대중문화를 즐기는 것뿐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이 우리에 대한 생각은 한마디로 우리보다 못 사는 것들이 누굴 돕는다고 하는 이런 생각을 가진 일본 사람들이 대부분이라 했다. 혹시 우리 정부가 미국이나 일본에 대해 일방적 짝사랑을 하고 있는 건 아닌지 하는 생각과 함께 오래전 코미디 프로인 회장님, 우리 회장님 에서 본 딸랑이가 우리 아닌가 하는 생각에 쓴웃음만 삼킨다. 우리나라가 잘되야 될 텐데 걱정만 가득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