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래가 사는 세상
매주 일요일 아침이면 잠시 우울해진다. 지난주 산 로또 용지를 쓰레기 통에 넣는 순간부터 다. 아니 하늘도 무심하시지 어떻게 내번호만 요리조리 피해 다니는지 돋보기를 쓰고 아무리 들여다봐도 두 개 이상의 맞는 번호는 보이질 않았다. 살면서 요행을 바라며 산기억은 없는데 짧게 남은 시간 때문에 마음이 조급해졌는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그나마 꿈을 이루어 줄 수 있는 방법은 로또밖에 없다는 생각이 점점 깊게 다가왔다. 전에는 좋은 꿈을 꾼날에만 로또를 샀는데 "경로우대란 열차에 오른 이후부터는 매주 한두 장씩은 사고 있었다. 로또 종이를 지갑 속에 넣고 나면 내 마음은 또 하늘을 날아올랐다.
만약 1등에 당첨이 된다면 나라가 제대로 보살피지 못해 늘 아픈 손가락처럼 여겨오던 어려운 집안의 아이들이나 보육원 같은 곳을 먼저 찾아가고 또 유럽인들로 인해 내팽개쳐진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위해 이태석 신부님처럼 진심으로 돕고 싶었다. 그러고 나서는 늘 머릿속에 담고 있는 " 마터호른. 트레치메가 바라다 보이는 곳에서 와인잔을 들고 있는 내 모습을 그려 보았다.
그렇게 많은 꿈을 꾸며 행복한 한 주를 보냈는데 모든 꿈이 사라져 버린 멍청해진 일요일 아침이다. 그러나 그 꿈이 또한 주를 미루게는 되었지만 다음을 기약할 수 있기에 다시 행복해 지려 한다. 마누라가 늘 주문처럼 말하는 "난 와인을 마시다 산토리니에서 죽고 싶은데 그 소원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라는 물음에 명쾌한 답을 못하지만 마누라 소원도 꼭 들어주고 싶었다. 그리고 그건 진심이기에 로또 당첨은 더욱 간절해졌다. 나 또한 와인에 흠뻑 젖은 채 LA 있을 때 가끔 들리던 말리부 해안 절벽 위의 카페에서 황금빛에 물든 바다를 바라보다 스르르 눈을 감는 모습은 상상만 으로도 행복했다.
그러나 매주 당첨 되는 번호를 볼 때마다 7.8.9 또는 9.11.13 이런 거나 15.20.25 같이 예상도 못한 숫자 배열을 보게 되면 황당해하면서 이런데도 당첨되는 사람들이 여럿 인걸 보면 뭔가 수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이런저런 방법을 통해 혹시나 하는 기대도 해봤지만 벼락 맞을 확률보다도 못하다는 800만 분의 1이라는 확률이나 통계를 알고 나서는 한때 로또에 대한 기대를 접고 싶었다. 그러나 그나마 어려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준다는 좋은 핑계로 로또에 대한 미련을 아직은 버리지 않고 지낸다.
기계에서 돌돌 거리며 나오는 로또 용지를 볼 때면 나의 꿈은 되살아 났고 행복지수가 높아지기에 나는 또다시 로또 가개로 향하고 있었다.
미국의 파워볼이나 메가밀리언은 이월된 당첨금이 천문학적 숫자라 기절할 것 같은데 한국에서 미국 로또를 구입하는 내국인들은 도대체 어떤 꿈을 꾸고 있는 건지 정말 궁금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등에 당첨된다 한들 제대로 써보지도 못하고 죽을 텐데 라는 생각이 들다가도 좋은 곳에 쓸데는 얼마든지 있고 가족에게도 좋은 영향력을 남길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그런 걱정은 접어두기로 했다. 그러나 2등만 되어도 많은 꿈은 이룰 수는 없겠지만 나만의 파라다이스를 찾아 떠날 수 있다는 그 정도 희망은 버릴 수 없었다.
Lotto 야 ~ 내남은 인생 좀 즐겁게 좀 해줄 수 없겠니?라고 사정도 해보지만 지금까지 4등 그 이상은 없었다.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 버리려고 새벽에 음악을 들으며 하루를 경건하게 보내려 마음먹다가도 눈앞에 어른거리는 로또를 외면할 수 없었다. 중독인가! 아니 그건 곧 다가올 앞날에 대한 믿음이 없기 때문 일지도 몰랐다. 그런 순간 나는 오래전 들렸던 코사무이 해변을 떠올린다. 석양이 어둠에 물들어 갈 때 비늘처럼 반짝이는 물결은 힙플라스크에 가득한 위스키처럼 나의 무거운 미래를 녹여 줄 것 같았다. 강렬하고 빠른 인생을 꿈꿨던 나지만 이제는 흘러가는 세월의 파도에 따라 춤추는 낡은 나룻배와 같았다. 로또야 어디서 뭐 하니? 그래도 너로 인해 라스트 찬스를 꿈 꾸며 늘 떠날 준비를 하고 있는데.
세상에 널려 있는 수많은 복권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희망과 행복을 심어 준다면 그것만으로도 행복의 전도사 역할은 다한 거라는 생각도 든다. 그건 그렇다 치고 행운의 2 $가 내 지갑 속에 자리 잡은 지 꽤나 오래됐는데 행운이 나를 찾아오다가 길을 잃은 건 아닌지 모르겠다.
홍콩사는 아들은 가족들 데리고 보름간 하와이로 여름휴가를 간다던데
집사람은 긴여름뒤에 나올 전기요금 걱정 하고 있으니 기분 참 그렇다. 그러나 나오는 한숨
거두어들이고 다시한번 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