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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래가 사는 세상

by 구일권

일상의 좁은 공간인데도 폭넓게 펼쳐가는 작가님의 글을 보면 행복해집니다.

한동안 잊고 지냈던 동네인데 그러고 보면 치앙마이는 내가 좋아하는 도시 중의 하나가 확실한가 봐요.

덕분에 치앙마이의 이곳저곳을 다시 떠올려 보게 됩니다. 물론 태국의 아름다운 곳들은 여러 군데 다녀봤지만 "와 바다다 그러지만 못할 뿐 이유는 모르지만 마음이 편해지는 곳 이더군요.

코끼리 무늬가 달린 린넨바지만 줄창 입으며 걸리적거림 없이 지내는 하루는 힐링이라는 말을 굳이 몰라도 저절로 만들어 주더군요. 종교는 없지만 내가 바로 부처라는 내 나름대로의 의미를 안고 지냈지요.

건강 때문에 그곳에 머무신다고 했는데 글에서 느끼기에는 훈련소 조교 같습니다. ㅋㅋ 사람 사는 게 다 그렇긴 하지만 결혼 서약서 유효기간은 길어봐야 3년 이라는거 잘아시지요?

어쨌거나 알게 모르게 치앙마이 에는 정신건강을 위해 찾는 분들이 많나 봐요.

내가 처음 갔을 때는 인터넷도 잘 안돼 가끔 PC방에 들려 소식을 보내거나 받고 했는데 세월이 흘렀으니 치앙마이도 많이 알려졌겠지요.

일본 친구를 통해 처음 알게 된 치앙마이를 가려고 생각했던 이유는 그 동네 미인이 많다는 소문과 이산지방 요리가 내 입맛에 맞았기 때문이기도 했어요.

방콕에 있을 때 숯불 화로 위에 올려진 토기항아리 속에 고기랑 야채를 넣어 먹는 일종의 샤부샤부 같은 거였는데 강하고 약간 신맛이 나는 그 음식(찜쭘)맛에 반해 갔는지도 몰라요.

모든 향신료에 대한 거부감 없이 매미나 물장구 튀긴 것까지 먹는 나지만

동백나무 이파리처럼 생겼는데 싸구려 화장품 냄새나는 그것만 좀 신경이 쓰일 뿐이지 가리는 태국 음식은 없었어요.

물가 적당하고 먹을게 와글와글한 그곳이지만 와인이 좀 비싸다는 게 흠이긴 하더군요.

하이볼 비슷한 맛은 별로지만 쌩솜?쌩팁 탄산수를 가득 넣은 그런 것도 마셔가며 지냈습니다.

한 시간가량 떨어진 곳에 로얄 치앙마이라는 골프장을 자주 다녔는데 숙소 앞에 늘 서있는 썽테우를 타고 다녔거든요.

그런데 나를 데려다주고는 운동이 끝날 때까지 돌아가지 않고 늘 나를 기다리더군요. 부담스러워 그러지 말고 가서 일하다 시간 되면 다시 데리러 오라고 해도 손님도 없다며 그 더운 차 안에서 자고 있었나 봐요.

내가 전세 낸 양 사람도 별로 없는 골프장에서 맘껏 휘두르던 그때가 꿈만 같습니다.

화양연화 이 말이 어울릴 것 같군요. ㅎㅎ 도이스텝 사원 아래로 들락거리는 경비행기 소리를 절간의 풍경소리 삼아 잠자코 앉아 있으면 지금의 내가 극락에 와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치앙마이는 그런 생각에 어울리는 도시 이기도 했고요. 지금 그곳 공기는 괜찮은가요? 온천이나 강변식당등 그러나 커피숖도 다 바뀌고 많이 변했다는 작가님의 답글을 보고 그냥 아쉽고 허전한 마음만 남았어요.

지난 글들을 뒤져보니 내가 22년도 4월에 브런치에다 치앙마이에 대한 글을 올렸더군요. 탈북자 통역해 준다는 후배 따라 올드타운 내 구치소에 가본 적이 있는데 발목에 쇠고랑을 찬 사람들을 보고 난 충격에 그곳만 기억이 강하게 남아있네요.

더위에 지친 듯 생각 없이 널브러진 동네 멍멍이들,이른 아침 비닐봉지에 들은 반찬과 찰밥을 들고 가는 행복한 발걸음, 자투리 태국말 가지고도 아무 불편함이 없었던 그곳의 모든 것들이 Jane 님의 건강을 되찾아 주리라 생각됩니다. 더위를 많이 타는 데다 점점 더워지는 날씨 때문인지 글 쓰는 게 시들해져 나만의 하안거에 들어갈까 생각 중입니다.

멋을 즐기는 Jane 작가님 응원합니다.

ps: 전에 골프 칠때도 안발랐던 썬크림 인데 점점 거칠어지는 피부 손질좀 하려구 마누라 에게서 썬크림 하나 얻었습니다. 전에같았으면 이사람바람 났나 그랬을텐데

조용한걸 보면 왠지 서글프고 우울해 집니다. 다작가님 글 덕분 입니다.ㅋㅋㅋ

그곳에 어울리는 음악 같은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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