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이여 안녕

취경전

by 구일권

70년대 수많은 일본인들이 기생관광을 목적으로 서울로 서울로 물밀듯이 들어왔다. 그러면서 자기 처에게는 한국 간다고 하면 의심받을게 뻔하기에 하와이 여행 간다며 겨울에 여름옷만 가지고 오는 일본인들도 많았다고 들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지만 그 당시 국가는 그렇게 눈감아주며 외화벌이를 시킨거나 마찬가지였다. 지금은 길상사로 바뀐 대원각부터 삼청각, 청운각, 오진암 등 내로라하는 커다란 고급 요정부터 수많은 중소 요정들에는 한복을 차려입은 어여쁜 처자(處子)들로 가득했었고 그러면서 그 후 많은 여성들은 일본과 홍콩 그리고 미국의 여러 곳으로 돈 벌러 떠나기 시작했다. 하와이 갔을 때 마우이에서 골프가 끝난 후 우연히 들린 술집에서도 한국 여성을 만나게 되어 반가우면서도 무척 당황스러운적이있다. 머나먼 그런 곳까지 가있는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그들을 만난 후 안 좋은 마음만 가지고 돌아왔다. 그러니 그전부터 부정부패로 점철(點綴)된 공무원과 그걸 방관했던 국가 지도자들은 우리를 개발도상국 이란 틀속에 오랫동안 가두어두었고 서민들의 생활은 늘 전과 같이 힘들었다. 그 당시 동경에 사는 일본 친구의 단골 술집이라는 우에노의 어느 클럽을 갔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여성들 대부분은 한국인이었다. 평소 일본의 작은 스나크(스탠드바) 같은데 가면 일본어가 서툴러 지루해하는 나를 배려한 듯했다. 대부분이 일본 손님들로 가득한 그곳에서는 손님들이 밴드의 음악에 맞춰 여자들과 춤도 추고 노래도 부르는 곳이었는데 술이 알딸딸한 고객이 연주자 이마에 만 엔짜리를 붙여주기도 했고 가끔은 골든벨을 울리는 손님들도 있었다는 일본의 호시절이었다. 길바닥에 깔린 남성 호객 명함과 성인용품을 내노라 보여주는 쇼윈도는 그야말로 변태들의 천국 같았으며 신주쿠 환락가에서 노골적으로 성매매를 유도하는 말을 건네는 여성들은 대부분 동남아 여성들이었다. 모두들 슬프고 힘든 사연을 간직한 채 일본에 돈 벌러 왔을 텐데 일본인들의 노리개로 사는 그들을 보며 과거 수십 년 또는 그 이상 일본에게 농락당하며 살았던 그 고리를 지금도 끊지 못하는 그들의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었다. 지금은 한국 물가가 올라서 별로 없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원정온 여자들이 바글바글 한 데다 각종 범죄 사건에도 많이 연루되는 바람에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를 여기에 엮어서 강제로 동원된 게 아니라고 억지를 부린다는 기사를 본 일본에 살고 있는 한국 친구가 전한 말이다. 거기다 일본에 대한 우리의 묵은 감정도 남아 있는 마당에 그들은 지금까지도 독도 문제로 우리의 기분을 상하게 만들고 있으니 다시는 일본에게 지난시절과 같은 수치스러운 일은 없어야 한다고 다짐해본다. 우에노 어느 술집에서 이미자 보다 더 구성지고 슬프게'서울이여 안녕'을 부르던 한 여자의 목소리에 가슴이 아려 왔다. 생각해보면 누구나 아프지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냐마는 모든 게 완벽해지면 세상이 심심해질 것도 같다는 말에 어폐(語弊)가 있는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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