맑은 물

취경전

by 구일권


마누라 휴대폰에 있는 나의 애칭?이다. 내가 맑은 물 같아서가 아니라 점쟁이가 이 사람은 물이 부족하다고 그래서 생각해낸 방법 중 하나다. 구정물이 아니라 다행이긴 하지만 좀 쑥스럽긴 하다. 문득 지금의 우리 사회는 맑은 물로 변해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근간에도 어느 수산업자가 공무원에게 뇌물을 주었다는 뉴스를 보며 김영란 법이니 무슨 뇌물죄를 국회에 상정했다고 정부나 국회가 설레발만 쳤지 별로 변하는 것도 없이 사회 곳곳에서는 끝없이 튀져 나오는 그런 일들은 두더지 놀이를 보는 것 같다. 홍콩에 있는 손녀가 좋아하는 블랙타이거 새우는 들어봤어도 독도 새우는 이번에 처음 들어보는 이름인데 얼마나 맛있는지는 몰라도 독도라면 경기를 일으키며 늘 칭얼대는 일본애들에게 맛이라도 보여주고 싶다. 사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무원뿐만 아니라 대기업까지 갑질을 해대며 약자들로부터 급행료나 이런저런 명목으로 얼마나 갈취를 해갔는지 를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지금까지 생생하게 남아 있을 것이다. 지금도 정부 하는 말 반대로만 하면 성공한다느니, 눈먼 정부 돈 못 먹으면 바보라는 이런 말들이 떠돌아다니는 현실인데 과연 이사회는 맑은 물로 변해가고 있는 건지 알 수가 없다. 전에 방콕 근교 방나 라는 곳에서 골프를 치고 근처에서 한잔 한 뒤 후배가 운전하며 돌아가는 길에 태국 경찰 싸이카에 걸렸는데 음주에 태국 운전 면허증도 없는 후배가 가죽장화를 신은 경찰과 시시덕 거리며 얘기를 나누더니 경찰은 미소를 지으며 경례까지 한 후 사라졌다. 방콕에 오래 살아본 후배는 그런 일에 익숙한 듯 경찰에게 한국돈 2만 원 정도 줬다고 했다. 태국 정부도 부정부패가 심하다는 건 익히 들은 바 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도 돈이면 안 되는 일이 없었던 그런 시절이 더 편하지 않았나 하는 착각마저 들게 했다. 과거 한국도 교통경찰 일 년이면 집 한 채 생기고 세무공무원은 빌딩 하나 살 수 있다는 말들이 떠돌았으니 썩은 냄새가 곳곳에서 풍기는 더러운 세상을 지내온 거다. 해외 다녀올 때 공항 짐 찾는 곳에서는 세관 직원이나 기관에 있을법한 사람들이 아무개 씨 계세요? 하며 애타게 찾는 모습은 늘 보는 공항 풍경이었다. 하여간 여행자 유화되기 전 단체로 해외를 나간다는 것은 정말 힘든 절차를 거쳐야만 했다. 정부 관계부처 허가부터 중앙정보부, 치안본부, 경찰서 그리고 외무부 여권심사 등을 거쳐야만 나갈 수 있었는데 하여간 모든 곳에 급행료를 지불하지 않으면 언제 떠날 수 있는지도 알 수 없었으니 되돌아보면 우리 국민 모두 참 험하고 혼탁한 세상을 살았던 것이다. 요즘 자주 듣는 적폐 청산 그게 과연 쉽게 될지 의문이긴 한데 한꺼번에 도려내기는 너무 큰 수술일 테니 정부는 의욕만 앞세우지 말고 곳곳의 작은 암덩어리부터 제거하며 다른 곳에 전위가 되지 않도록 차분하게 정리해야만 국가가 정상적으로 회복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고양이에게 생선 가개를 맡겨 놓는 그런 전철은 다시 밟지 않는 깨끗한 정부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어떤 때는 마약사범 같은 사회악을 그 자리에서 총살할 수 있는 필리핀의 두테르테 같은 강력한 조치가 부럽기도 했다. 각 대학에 보면 특수 경영 대학원이라는 곳이 많이 있다. 일종의 사교적 모임의 성격을 가진 곳인데 학교 입장에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그런 곳으로 그곳에는 전직 정부 고위공직자부터 기획부동산 업자까지 무언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사람들로 모여있다. 그러다 미국 이나 영국에 가서 몇 시간 강의를 듣고 내주는 수료증을 받으면 근사한 액자에 넣어 사무실에 걸어 놓고 허세를 부리는 사람들이 많은데 현지에서 받은 수료증이 허접하다고 국내에서 다시 자체 제작 후 금테 두른 모습으로 재탄생시켜 회원들에게 전달하는 웃지 못할 광경도 본 적이 있다. 서로를 필요에 의해서 만나는 이런 부류의 집단속에서는 부정적인 로비 등 안 좋은 일들만 생기는 건 당연한 일 아닌가. 그런 걸 보며 내 방 책들 사이에 끼워져 있는 스쿠버 다이빙이나 워터 래프팅 수료증이 더 의미 있어 보였다. 어디선가 보았던 주지도 받지도 말자는 글처럼 대한민국의 모든 공무원이 맑은 물이 되는 그날까지 모두가 각성하고 노력해주었으면 하는 마음뿐이다. 마트에 내가 즐겨 마시던 코로나 맥주도 잘 안 보이는 요즘 낮술을 한잔 들이켜고 나니 허망하게 날려버린 시간에 가슴마저 시려온다. 밥숟가락도 무거워진다는 동창 녀석의 전화가 진담처럼 들리는 건 이제 몸과 마음 모든 게 지쳤다는 신호 인지도 모르겠다. 하여간 하루빨리 코로나가 우리에게서 멀리 사라져 다시 평온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뿐이다.


청산은 나를 보고 말없이 살라하고 창공은 나를 보고 티 없이 살라하네. 사랑도 미움도 탐욕도 성냄도 다 벗어놓고 물같이 바람 같이 살다 가라 하네. 바다는 나를 보고 청정히 살라하고 대지는 나를 보고 원만히 살라하네. 번뇌도 욕심도 다 벗어 놓고 강같이 구름같이 말없이 가라 하네.' 누구의 글인지 고리타분한 문장이라 생각되지만 순수하다는 생각에 인용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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