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웃음을 주던 코미디 프로까지 없어지고 나니 도통 웃을 일이 없다. 그나마 홍콩에서 보내주는 손주들의 재롱이 담긴 동영상을 수시로 돌려 보며 우리는 웃으며 그리움을 달랠 수 있었다. 국민팔이를 하며 자기들만의 잔치를 즐기는 위정자들의 행태는 우리들에게 웃음과 희망은커녕 짜증과 피로감만 안겨주었으며 권력만 탐하며 속들여다 보이는 그들의 쑈는 바보들의 행진이었다. 알고 보면 똑똑한 사람들인데 어떻게 정치에 입문만 하면 봉숭아 학당 보다도 못한 저질스런 코미디언이 돼가는 건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그래도 지난 시절에는 구봉서 나 배삼룡 등 기라성 같은 많은 코미디언들이 우리에게 웃음을 주며 배고픈 시절을 견디게 했는데 요즘은 배꼽 잡고 웃을만한 텔레비전 프로도 없고 되지도 않은 막장 드라마나 판치는 세상이니 그저 뚱한 표정으로 하루를 보내는 것 같다. 여행에 관한 프로도 계속 지난 걸 재탕하니 이젠 그마저도 시들해진다. 그래선지 옛날 일들을 가끔 떠올리는데 오래전 코미디언들은 대부분 악극단 출신들이 많았고 가끔 서커스단 출신들도 있었는데 모두들 만능 재주꾼들이라 노래와 춤 그리고 만담이나 신파극 연기 등으로 우리에게 즐거움과 웃음을 주었다. 내가 어렸을 때 기억으로 홍천 서커스단 같은 데는 단가까지 있어'우리는 반만년 역사에 자라는 이강토'라고 하는 노래 가사를 따라 부르던 생각이 나 저절로 미소 짓게 만든다. 그리고 동네에 서커스단이나 약장수가 들어오면 동네 처녀들을 울리고 떠나기도 한 것 같았는데 우리 집에 일하던 누나도 약장수에 홀려 외박하고 들어와 우리 어머니에게 빗자루로 맞는 걸 본 기억이 난다. 그런 세월이 흘러 지금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코미디언중 하나는 방송에서는 그렇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지만 고영수란 친구이다. 학교 때 유도를 했고 나이도 나와 비슷한데 그야말로 코미디언을 포복절도하게 만드는 상고수의 코미디언이었다. 오래전 그와 술자리를 같이 한 적이 있는데 그의 말에 너무 웃다가 숨 넘어가는 줄 알았다. 그리고 내가 꼽는 (19금) 음담패설 가로는 이상용. 고영수.(故) 김형곤. 신동엽까지 사인방을 들 수 있다. 그들의 음담패설은 그렇게 저질스럽지도 않은 데다 유머와 재치가 넘쳐나는 얘기들이라 웃음이 부족한 우리들에게 박카스 같은 존재라 생각했다. 그리고 독일 교포 위문공연 관계로 만나본 심형래는 천상 코미디언으로 태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라 들었다. 지금은 영화 제작 실패로 힘든 시간을 보내는 걸로 알고 있지만 자기가 좋아서 하던 일이니 언젠가는 좋은 영화를 만들어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날 거라고 기대해 본다. 소문만복래(笑門萬福來)라 했듯이 방송국들도 획기적인 코미디 프로를 제작하여 웃음을 잃어버린 국민들에게 활짝 웃을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을 되돌려줄 수 있길 바라며 시청자들로부터 사랑받는 코미디언들이 주는 웃음 가득한 대한민국이 되는 날까지 모두들 힘내시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