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휴대폰 분실 때문에 멘붕이 왔던 후유증 때문인지 아니면 혈압 때문인지 아침부터 얼굴이 벌겋게 달아오른다. 잘 잃어버리는 편은 아닌 나인데 다른 것 보다도 휴대폰 속에 저장된 모든 내용이 사라진다는 생각을 하니 무척 당황스러웠다. 우여곡절 끝에 휴대폰을 다시 찾아 바로 usb에 내용을 저장하긴 했지만 휴대폰의 노예가 된듯한 기분에 정말로 이렇게 살다가는 인간의 삶이 다 무너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극단적인 생각도 들었다. 통신사의 실수 하나로 사회모든 기반시설이 마비되는 것만 봐도 빠르고 편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우리를 위험에 노출시키게 만들었다. 전쟁 등 어떤 이유로든 지구의 모든 전력이나 통신망이 무너져 버린다면 전에 영화에서 봤던 인간이 원숭이나 로봇에 지배당하는 세상이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런 미래를 상상하면 두려움이 앞선다. 지나친 생각인지는 몰라도 하여간 이만한 일로 충격을 받아 잠시 공황 상태 같은 반응을 보이는 것은 그건 내가 노인이 되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나이를 먹는 것은 늙어가는 게 아니라 익어가는 거라는 위안 섞인 말이 그럴듯지만 사실은 녹슬어 삭아가고 있는 중이라는 게 맞는 말이다. 지금 우리는 버스나 지하철 등에서 대부분 휴대폰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책을 보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전에는 책을 든 사람들도 가끔 눈에 띄었는데 지금 대부분 카톡이나 게임 , 만화 같은 걸 보는 거 같았고 그것은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얘기를 들었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휴대폰에서 들을 수 있게 좋은 목소리를 가진 성우가 책을 읽어준다거나 그리고 책 속의 내용과 어울리는 음악이 함께 흘러나온다면 덜 지루하고 눈도 피로하지 않을 텐데 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유튜브에서 그런 방식으로 책을 읽어주는 게 있다는 걸 얼마 전에야 알게 됐다. 마음의 양식이라는 책들을 많이 들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 생각하며 내 가보고 싶은 책을 골라 들을 수도 있는 건지 자세히 알아볼 생각이다. 그러나 에어컨이나 밥솥 등 전자기기에서 나오는 소리가 필요하긴 하지만 그런 소리의 공해로 인해 자연의 소리는 점점 작아지는 것 같아 아쉽기도 하다. 하여간 알아서 가는 자율 주행 자동차, 커피나 음식을 만들고 써빙도 해주는 로봇 등 이런 걸 꼭 원했던 건 아닌데 너무도 빠르게 변해가는 세상에 그 부작용 또한 크게 나타날 거란 생각이다. 뭐든지 사람의 정성과 손맛이라는 게 있는 건데 모든 게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획일적으로 되는 게 우리의 미래 라면 전혀 행복해질 것 같질 않다. 지난 유럽 여행 중 모처럼 수동기어가 달린 자동차를 운전해보니 기어 변속에서 느끼는 그 힘과 짜릿한 맛이 그만의 매력을 느끼듯이 자동화만이 미래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벼슬을 저마다 하면 농부할이 뉘었으며 의원이 병 다 고치면 북망산이 저러하랴.
아이야 잔 가득 부어라 내뜻대로 하리라.(작자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