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안내자

具 倫序 畵

by 구일권

우리가 보통 여행사 패키지를 이용하여 해외여행을 떠나게 되면 대부분 투어 콘덕터(TC)라고 하는 국내 여행사 직원이 동행하게 되고 현지 도착하면 그곳 여행사 가이드가 현지 안내를 맡게 되는데 문제는 국내에서 같이 가는 인솔자나 현지 가이드가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하면 여행 중 어떤 사고나 문제가 발생할 때 큰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투어 콘닥터(TC)는 말 그대로 회사의 전권을 위임받아 현지의 여행 일정을 매끄럽게 진행될 수 있게 하거나 사고가 생겼을 때는 신속하게 대처하고 해결하는 그야말로 여행을 지휘하는 역할인데 여행객들은 잔심부름이나 하는 사람으로 착각하고 막대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회사에서 제대로 교육을 시키지 않은 채 내보내게 되는 문제도 있는 데다 현지 가이드 또한 그 나라 언어는 물론 역사나 문화 등 제대로 아는 게 별로 없는 가이드를 만날 땐 황당함 그 자체였다. 특히 동남아 지역의 일부 가이드들은 버스 안에서 여행객이 궁금해하지도 않는 자신의 과거사를 장황하게 얘기한 후 결국 옵션이나 현지 쇼핑에 협조해달라는 호소로 시간을 보내니 신병훈련소 같은 빡빡한 일정에 피곤만 쌓이는 건 당연한 일이었으며 그런 가이드를 보며 떠올리게 되는 건 옛날 버스에 올라 저는 '어렸을 때 부모님을 여의고' 하면서 앵벌이 하던 소년의 모습이 가이드 얼굴에 오버랩되는 건 씁쓸한 일이었다. 하여간 팊만으로 생활할 수밖에 없는 그들과의 구조적인 문제는 늘 여러 가지 컴플레인이 끊이지 않고 반복될 수밖에 없었다. 미국의 경우도 별다를 게 없이 문제점도 많았는데 현지 여행사가 가이드로부터 선불을 받고 여행 단체를 아예 팔아넘기는 일까지 있으니 그 가이드는 본전 이상을 벌기 위해 혈안이 되어 옵션 강매 등 여행객들의 마음을 부담스럽고 불편하게 만들기도 했다. 그러니 현지 안내는 부실했고 장거리 버스 여행 중에는 음담패설로 시간을 보내거나 아예 코미디 클럽 테이프 같은걸 틀어 주며 시간을 때우기도 했다. 늘 반복되는 일정에 본전을 뽑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힌 가이드에게 기대할 거란 없어 보였다. 허기야 뽀빠이 이상용 씨 같은 사람도 미국서 잠시 여행 가이드를 했다니 그 입담에 손님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거웠으리라 생각되긴 하지만 가이드의 본분이 뭔지는 생각해볼 문제였다. 몇 년 전 180년 역사의 세계 최초 여행사인 영국의 토마스쿡( Tomas Cook)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행자 수표까지 발행하던 대단한 규모의 세계적인 여행사였는데 소비자의 트렌드를 따라잡지 못하고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감당하기 어려웠나 보다. 스위스 쿠오니(Kuoni) 등과 함께 세계적인 여행사라 오래전 남미나 유럽으로 단체 여행을 떠날 때면 이 회사들을 통해 떠났다. 전 세계에 많은 지점들이 있어 안심할 수 있었고 유능하고 친절하게 최선을 다하는 현지 가이드들은 우리에게 편안하고 안전한 여행의 믿음을 주었다. 특히 일본 가이드들의 세심한 친절과 배려는 진짜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듯 우리에게 감동마저 안겨주었고 안 좋은 상황에서도 우리를 안심시키려는 그노련함 을 보며 우리도 그런 여행안내자들이 많았으면 하는 희망 섞인 바람이었다. 몇 년 전 집사람과 이태리 피렌체를 갔을 때 우연히 20여 년 전 우리를 안내했던 여자 가이드를 만나 반가움에 인사를 건네니 다행히도 우리를 기억하고 있어 잠시나마 얘기를 나누다 헤어졌는데 그는 아직도 유럽 여행 가이드로 단체 여행객들을 안내하고 있었다. 당시 귀여운 처녀였던 그가 중년이 되었으니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본건 아닌지 착각마저 들었다. 그래도 이제 유럽에는 능력과 전문지식을 갖춘 한국인 가이드들이 많이 있다고 들었는데 저번에 바티칸의 씨스 티나 성당을 안내해주던 여자 가이드는 우리에게 구연동화를 하듯 작품에 대해 차분하고 자세히 설명해 주었는데 그곳에 여러 번 들렸어도 많은 인파에 밀려다녀 그냥 스치듯 관심이 없었던 내게 흥미롭고 재미있는 얘기들을 많이 들려주어 참 좋은 시간이었다. 다음에 오면 같이 아마존 마나우스를 여행하자던 박만복 선배님이 몇 해 전 작고 하셨다. 잔잔한 미소에 술과 여행을 좋아하셨고 페루의 가이드를 하셔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페루를 사랑하셨던 선배님의 명복을 빈다.


가을 강에 밤이 드니 물결이 차구나. 낚시를 드리우나 고기는 물지 않고 무심한 달빛만 싣고 빈 배를 저어 온다.

강호 한정가(월산대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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