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lcome to NEWZEALAND. 13

뉴질랜드 남섬 여행기(터널비치, 볼드윈스트리트, 모에라키 볼더스 비치)

by 이것저것기록자

‘정형화된 여행이 아닌 색다른 장소로’

한국인들의 뉴질랜드 남섬 여행하기 코스 중에 필수 코스들은 다 지났고, 이제는 내가 가고 싶은 끌리는 방향으로 핸들을 잡기 시작한 지 이틀 째이다.

2박이나 머물렀던 더니든을 뒤로한 채, 다른 곳으로 옮기기로 마음먹었으며, 터널 비치부터 가기로 했는데, 뉴질랜드는 정말로 정직하다. 터널 비치면 터널이 있고 모에라키 볼더스비치이면 모에라키 지역에 위치한 해변에 볼들이 있다. 우선 터널 비치는 생각지도 못했었지만, 훌륭했고 엄청났다. 생각지도 못하게 경사지고 오르락 내리락을 반복한 끝에 경이로운 절벽들을 보유한 바다를 보게 되었는데, 감탄하고도 또 감탄했는데, 그 와중에 진짜 터널까지 있었고 그 길을 거쳐 내려가니 위에서 봤던 풍경들이 바로 눈앞에 펼쳐졌고 그곳에서 멍하니 바다를 꽤나 오랫동안을 바라보았다. 멋졌다. 아주

(좌) 터널 비치의 터널 / (우) 절벽 위에서 포징하는 여행객의 모습(정말 높다)
저기 절벽 끝에 점처럼 보이는 것이 위에 포징하는 사람이다.
터널비치에서 아름다운 풍경
육수를 내면 5년치는 낼 수 있을 것 같은 다시마

‘생각보다 별로인 세계 신기록’

더니든에는 세계에서 가장 가파른 골목이 있는데, 그 좌우로는 현재도 사람이 살고 있는 집들이 붙어있다. 결론만 얘기하자면 안 가려고 했었지만, 갔는데, 안 가는 게 맞았다. 가파르긴 했고, 신기하긴 했으나 경기도에 거주하는 본인의 집도 정말 가파른,, 언덕 위에 있는데,, 나의 전세 보금자리가 더 높은 것 같기도 했는데 여행 중 집 생각이 처음으로 났다. 별로였다. 아래의 사진으로 보면 신기하긴 하다. 굳이 찾아갈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다만 가겠다면 말리진 않겠다.

집도 경사져있고, 울타리도 경사져있다. 혹시 삶이 경사져있진 않았으면 좋겠다. 삐뚤어진 사고방식은 나 하나로 족하다.
위 아래에서 바라본 볼드윈 스트리트 / (우) 반밖에 안올라갔다.

‘내 생애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10분간 정말, 잠깐 머물렀던 볼드윈 스트리트를 다음으로 전 날 구글맵을 뒤지다가 여기 가야겠다 싶었던 장소로 출발했다.장소의 이름은 잠시 기다려주시길 바란다. 이름은 잘 기억이 안 나는데 바다사자를 볼 수 있는 아주 긴 방파제다. 목적지까지 도착하는 길은 33년 인생에서 처음 보는, 가장 아름다운 드라이브 코스였는데 가드레일 따윈 하나 없는 해안도로였으며 주행에 있어서는 무서웠으나 let it pass 하고 최대한 천천히 경치를 보고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며 주행했다. 내 글쓰기로 그 배경들을 표현할 수 없어서 통탄할 따름이다.

잔잔하게 흘러오는 파도, 파도 위에 부서지는 햇살, 햇살의 쨍함이 전하는 언덕의 녹음들이 운전을 하는 과정이, 그 순간이 여행이 된 것 같아서 그 자체로도 피곤함도, 두려움도, 모든 것들이 사라지고 행복한 순간들이 지속되었기에 나는 잊을 수 없는 드라이브 코스를 꼽으라고 하면 그곳이라고 표현하겠다.

인생 최고의 드라이브 코스
(좌) 가드레일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 해안도로 / (우) 블랙 스완 간지가 쩔었다.
해안 드라이브. 속도는 매우 낮췄다..

‘바다사자로 정점을 찍은 방파제’

사진 하나로 도착하게 된 장소는 결과적으로 매우 성공스러웠다. 강한 파도가 휘몰아치는 바다와 아주 잔잔한 바다 사이에 위치해 있었던 메인 방파제는 길게 쭉 뻗어 마음이 뻥 뚫릴 것 같았다. 강한 바람과 강한 파도를 맞으며 아주 길게 뻗어있는 곳을 걸으며 많은 생각들이 들었는데 그럴 틈새도 없이 정말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생각지도 못한 분을 만나게 되었다. 바로 바다사자님들이었는데 그렇게 보고 싶어서 찾아갔었던 여러 포인트에서는 한 번도 얼굴을 보여주지 않더니 뜻하지도 않았던 곳에서 만나니 정말 반갑긴 했다. 아쿠아리움이 아니라 야생에서 바다사자를 본 것은 처음인데 정말 귀여웠다.

사실 방파제가 메인이긴 한데 바다사자가 주객을 전도해 버려서 잊어버린 것 같은데, 진짜 방파제도 훌륭했고 그 바다도 정말 훌륭했었다. 궁금하면 알려주겠다. 목적지도, 그 목적지를 가기 위한 그 코스도 나는 절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며 신혼여행으로 꼭 다시 올 것이다.

(좌) 가슴이 뻥 뚫리는 방파제이다. 좌./ 우의 바다 컨디션이 다르다. / (우) 잠자다가 인기척에 뒤를 돌아‘ ㅗ‘ 하는 바다 사자

‘볼카츠가 먹고 싶어 졌다 ‘

모에라키 볼더스 비치에 도착했다. 화장실이 정말 너무 급해서 미칠 것만 같았는데 화장실은 없었고 카페는 문이 닫혀 있어서 일단 꾹 참고 돌멩이들을 보러 내려갔는데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있었고, 날씨는 살짝 으스스한 게 딱 뭔가 귀신이 나오기 딱 좋은데 귀신은커녕 알들만 바다에 많이 있었다. 진짜 동글동글한 게 생긴 게 이상하게 연돈 볼카츠가 생각나고 미트볼이 생각나더라. 진짜 동글동글해서 이전에 한 번 먹어본 볼카츠가 생각났고 꽤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신기하고 궁금하긴 했지만 크게 임팩트가 많이 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진으로 보시오

알들이 생각보다 꽤 많았다. 헤아려보진 않았지만 10개는 더 되는 것 같았다.
박혀있는 큰 알도 하나 있다.

추신 : 여행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는 게 낫다. 여행에 정답은 없고 취향에도 역시 정답은 없다. 그 누군가가 말했다 ‘가고 싶은 대로 간다’


이상

준 그러~~ 나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