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남섬 여행기(테카포 호수)
’ 춥다.. 아니 추워 뒤질 것 같았다.‘
캠핑카에서 자는 게 이리도 추운지 왜, 그, 누구도 나에게 이야기해주지 않았는가?
진짜 잘못 잠들면 죽을 수도 있구나라는 표현이 제격이었다.
오랜만의 장거리 운전과 더불어 맥주 한잔의 취기에 너무도 피곤하였기에 일찍 마무리하고 자리에 누웠다.
누울 때까지만 해도 나는 날씨가 싸늘하구나 정도였지만, 잠시 잠에 들었다 깨어난 나는 온몸이 부들거리며 엄청난 두통과 함께 일어났다.
벌써 다음날인가 하고 시계를 봤더니 8시 50분이었다. 이렇게 둘째 날이 시작됐나? 하는 느낌과 함께 창문의 커튼을 걷었지만
아침이 아닌 저녁이었다.. 아직 잠든 지 1시간 반 뒤인 8시 50분이었다. 잘못 보았다.
그런데 절대 이 몸의 힘듦과 뒤척임은 1시간짜리가 아니었기에 시계를 몇 번을 다시 보았지만 저녁 9시였고, 나는 꿈인가? 하고 깼다.
추위에 벌벌 떨며 나는 캠퍼밴의 이불을 한 채 더 내리고, 양말도 신고 핫팩도 두 개나 뜯었지만, 가히 3시간가량을 잠들 수가 없었고
억지로 눈을 붙였지만, 자다 깨다를 한 10번도 반복한 것 같다.
그렇게 다음 날이 되었고, 아침에는 주변의 모든 곳이 서리가 내려 하얗게, 하얗게 온 세상이 물들었다.. 입 안 돌아가길 천만다행이다.
(쥬시 직원은 나에게,, 이불이면 된다고 얘기헀었는데, 그 자식은 타이어에 곧 펑크가 날 예정이다. 저주를 했으니)
‘루트 76? 인랜드 씨닉 루트?‘
내비게이션이 남들과 조금은 다른 경로를 알려준 듯하다. 차가 없다.
오로지 산과, 들과, 물과, 양과 양과, 양과, sheeps와 sheep’s 새끼들만 가득하고 소도 있다.
인터넷조차 터지지 않는 곳도 있었지만, 눈은 호강했다. 아니 이런 것들을 보기 위해 만들어진 눈일 텐데 미안했다. 맨날 스마트폰만 보았으니..
그렇게 몇 시간을 달리고 가다 서고, 배고프면 서고, 이쁘면 서고, 양 보려고 서고 계속 서고 가고 반복했더니
2시간 반짜리 코스는 약 4시간가량으로 훌쩍 늘어났다. 그렇지만 나는 인생에서 제일 맛있는 라면을 먹었다.
인터넷도 터지지 않아 어딘지 알 수도 없는 공간에서 만년설이 보이는 졸음쉼터? 같은 곳에서 신라면을 끓여 먹었다. 존맛탱이다.
내 평생 과장 없이 수 천 개의 라면을 먹었을 것이다. 하지만 이 보다 맛있는 라면은 적었으며 심지어 수영장, 물놀이하고 나왔을 때보다 맛있었다.
한강 라면은 안 먹어봤으니까 넘어가도록 하겠으며 평상시 같으면 먹지도 않을 국물까지 몇 입 먹을 정도였다. 짰다.
‘수 만 가지 색상까진 아니지만, 매 순간 색감이 다른 호수 _ 테카포’
그렇게 시작된 둘 째날은 일정은 역시, 없었다. 거기나 가볼까? 하고 떠난 Lake TEKAPO
전 세계의 모든 뉴질랜드 여행자들이 사랑하는 곳이자, 한국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호수이다.
꼭 가야 하나? 란 생각이 지배하였으나 다른 동선을 짜기에는 거리도 애매하고, 굳이 돌아갈 필요가 없기에 가다가 들리자 정도로 생각했으나
웬열,, 여기는 무조건 와야 하는 곳이다.
아니 여기 때문이라도 뉴질랜드를 방문할 의사가 있을 정도이며
초겨울의 서리인지, 눈인지 모를 하얀 것들이 내려앉은 호수 주변과, 탁 트인 전망들이 그 모든 걸 아우를 정도다.
나는 이 것들을 글로 표현할 수 없다. 그렇기에 이미지로 대처하고자 한다.
만약 이 공간을 글로 표현할 수 있다면 엄청난 작가일 것이고, 혹은였을 것이다.
보는 순간 상상으로 만들어주는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한 사람이라면 모르겠으나,,, 이것을 표현할 수 있었다면 나는 이 자리가 아닌 다른 자리에 있었을 것이다.
문학이 디테일이면 무라카미 하루키는 문학이다고 생각하는 나는 무라카미 하루키 선생님 자리에 앉아 다른 형태의 글을 쓰고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곳 테카포 호수는 매 순간 다른 색감의 옷을 갈아입는 호수이자, 아주 잔잔하고 맑은.. 그러나 깊은 곳인 것 같다.
품는 것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은 장소는 매혹적이고, 또한 경이로웠다.
줄곧 같은 자리에 앉아 똑같은 듯 다른 테카포 호수를 약 한 시간가량 쳐다본 나는 자리를 옮겼고, 주위의 트래킹 코스, 호수 변 등 다양하게 걸어 다니며 즐겼다.
사실 이 것이 다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방법에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또한, 온전히 암흑으로 접어드는 저녁 시간이 되자 테카포 호수의 형체는 자취를 감추었고 다만 그를 투영하듯 하늘에는 호수의 번쩍 거림들로 가득 찼다.
은하수라는 단어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본 적이 있냐고 물어보면 나는 아니라고 답했을 것이고 이제는 있다고 답을 할 것이다.
‘푸른 하늘 은하수 하얀 쪽배에…’라는 쎄쎄쎄 놀이에서 부르는 노래에서만 들었던 그 은하수를 실제로 봤을 때는
추위를 잊고, 손이 얼어붙더라도 나는 사진 한 장을 건지기 위해 약 한 시간가량을 밖에서 오들오들 떨었다.
(진짜 춥더라 이럴 때마다, 살까 말까 고민하고 결국 구매하지 않았던 아크테릭스 패딩이 자꾸 생각난다_ 사 왔으면 안 추웠을 텐데, 적어도 몸은, 지갑은 이미 추우니까 패스)
또한, 표현하지 못할 것 같기에 직접 찍은 사진으로 대처하고자 한다.
저 수많은 별들 중에 이 글을 읽는 그 누군가의 소원도 하나의 별이 되지 않았을까, 그 소원 이루어지길 바란다.
만약 누군가 소중했던 사람이 조금은 이르지만, 하늘의 별이 되었다면 그 또한 잘 지내시길 기원한다.
- 운전하는 것을 좋아한다. + 풍경을 좋아한다 = 뉴질랜드
- 운전하는 것은 별로다 + 풍경보다 도심이 좋다 = 나랑 안 맞다.
이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