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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어디든 좋다

부바이 여행

by 맛깔전종만

여행은 언제나 즐겁다. 함께 여행하는 사람들과 준비하는 과정도 설레고, 여행지를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요즘은 여행 후 SNS에 사진과 후기를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다른 사람의 여행기를 읽거나 영상을 보면서 간접적으로 여행을 즐기기도 한다. 하지만 직접 가서 눈으로 보고 경험하는 것은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이번 여행은 우리 모임에서 2년 동안 모금한 돈과 부족한 부분을 보태어 다녀왔다. 여행지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와 아부다비였다. 아랍에미리트에는 약 1,000만 명이 거주하고 있으며, 그중 현지인은 10%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번 여행은 내가 주로 다녀왔던 트레킹 위주의 여행과 달리, 도시의 생태를 탐방하는 색다른 경험이었다. 일행은 총 5명이었고, 패키지여행으로 다녀왔다. 중동 여행은 처음이라 SNS를 통해 정보를 찾아보면서 한껏 기대감에 부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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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국제공항에서 두바이국제공항까지는 약 10시간 30분이 걸렸다. 3박 6일 일정으로 진행된 이번 여행은 비행기에서 두 번의 밤을 보내고, 현지에서 3일을 머무르는 방식이었다. 두바이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경이었다. 마침 여행 기간이 이슬람교의 라마단 기간과 겹쳤다. 라마단은 무슬림이 지켜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로, 한 달 동안 해가 떠 있는 동안 금식을 해야 한다. 술과 담배는 물론, 성관계 등 다양한 행위에 제약이 따른다. 흥미로운 점은 금식으로 인해 저녁이 되면 폭식을 하게 되어, 오히려 라마단 기간 동안 소비량이 평소보다 30~40% 증가한다고 한다. 새벽 4시경, 우리를 안내해 줄 가이드를 만났다. 버스는 새벽 5시가 넘어 도착했으며, 함께 여행할 일행은 우리 5명을 포함해 총 24명이었다. 일정은 아부다비에서 1일, 두바이에서 3일을 보내는 계획이었다. 아부다비로 이동하는 길에 ‘자벨 팰리스’ 인근 공원에서 두바이 시내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며 여행을 시작했다. 이동 중 들른 휴게소 ‘라스트 엑시트’는 폐자동차 부속품을 재활용하여 화장실과 매점을 꾸며 놓은 독특한 장소였다. 영화 ‘매드맥스’의 촬영지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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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부다비에서의 첫 방문지는 7성급 호텔인 ‘에미레이트 팰리스 호텔’이었다. 약 30억 달러의 건축비가 투입된 이 호텔은 중앙 돔을 포함해 총 114개의 돔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가장 높은 돔의 높이는 72m에 달한다. 내부는 황금으로 장식되어 왕궁을 연상케 했다. 객실 요금은 최소 300만 원에서 최대 1,400만 원에 이른다고 하니, 서민에게는 꿈같은 곳이었다. 우리는 이곳에서 유명한 ‘금커피’ 한 잔과 케이크 한 조각을 맛보았는데, 가격이 무려 25,000원이었다. 지금까지 마신 커피 중 가장 비싼 커피였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카스르 알 와탄(아부다비 왕궁)’이었다. 이곳은 2019년부터 일반인에게 공개되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UAE 왕세자와 회담을 가졌던 장소로도 알려져 있다. UAE의 문화와 유산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아부다비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다. 근처 ‘사디야트 섬’에는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과 협력하여 설립된 ‘아부다비 루브르 박물관’이 있었다. 이곳에서는 이집트, 그리스, 로마의 고대 유물과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르네상스 작품 등 동서양 문명을 아우르는 다양한 전시물을 감상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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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방문한 곳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슬람 사원인 ‘그랜드 모스크’였다. 이곳에는 무게 45톤, 가격 90억 원에 달하는 거대한 샹들리에 3개와, 천 명의 이슬람 여성이 2년 동안 제작한 초대형 카펫이 전시되어 있었다. 그러나 모스크로 향하는 길에 버스의 사이드 미러가 시설물과 부딪치는 사고가 발생해, 문제를 해결하느라 시간이 지체되었다. 결국 사원의 구석구석을 충분히 둘러보지 못해 아쉬움이 남았다. 아부다비에서 두바이까지는 약 2시간이 소요되었으며, 숙소는 두바이에 위치해 있었다. 본격적인 두바이 여행이 기대되는 순간이었다.

여행 3일차부터 서울로 돌아오는 날까지 3일 동안 두바이를 둘러보았다. 숙박은 두바이 힐튼 호텔에서 했으며, 두바이는 아랍에미리트 연합국 중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로, 천만 명 중 약 360만 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한다. 두바이는 그야말로 화려한 도시였다. 가장 먼저 방문한 곳은 '부르즈 할리파 전망대'였다. 두바이의 중심부인 다운타운에 위치한 이 건물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2010년에 개장했다. 높이는 무려 828m, 총 163층이며, 관광객들은 124층과 125층 전망대를 이용할 수 있다. 엘리베이터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최대 10m/s의 속도로 운행된다. 특히 어둠이 깔릴 무렵 LED 조명을 활용한 야경이 압도적이었으며, 건물 앞 인공호수에서 펼쳐지는 분수 쇼는 그야말로 장관이었다. 30분마다 이어지는 분수 쇼를 보기 위해 몰려든 관광객들의 모습은 바람이 거센 날의 파도처럼 느껴졌다. 125층에서 바라본 두바이의 전경은 장난감처럼 보이는 수십 층짜리 건물들로 인해 더욱 경이로웠다. 이후 두바이의 과거와 미래를 동시에 조망할 수 있는 '두바이 프레임'을 방문한 후, 숙소로 돌아와 오후에 예정된 '사막 사파리' 일정을 위해 휴식을 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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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 여행의 별미는 단연 사막 체험이었다. 사막 체험을 위해 전통 의복을 구입했는데, 남성은 흰색 '칸두라', 여성은 검은색 의상을 입었다. 전통 복장을 갖춘 후 사막을 질주하는 자동차 체험, 맨발로 사막을 걷기, 샌드보딩을 즐겼다. 모래가 눈에 들어가 불편하기도 했지만, 즐거움이 훨씬 컸기에 충분히 감내할 만했다. 또한, 낙타를 타는 체험도 예정되어 있었지만, 캠프에 도착했을 때 운영 시간이 끝나 아쉽게도 체험하지 못하고 낙타와 사진만 남길 수 있었다. 캠프에서는 디너 뷔페 바비큐 식사와 공연이 준비되어 있었으나, 음식이 입맛에 맞지 않아 미리 준비해 간 컵라면으로 대신했다. 이어진 전통 춤과 불꽃 공연은 환상적이었다. 사막 체험이 최고의 경험이었다면, 전경을 감상하는 장소 중에서는 단연 '팜 주메이라 전망대'가 최고였다. 팜 주메이라는 세계 최대의 인공 섬으로, 야자수 모양을 하고 있으며 두바이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이자 럭셔리한 거주지로 유명하다. 초승달 모양의 방파제가 섬을 감싸 바다의 거센 파도를 막아준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된다면,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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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는 '라펄쇼'를 관람했다. 공연장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크루즈를 타고 두바이 운하를 따라 야경을 감상하며 선상에서 뷔페식 식사를 즐겼다. 특히 색소폰 연주는 인상적이었는데, 한국인 관광객들이 있어서인지 '아모르 파티' 같은 익숙한 곡이 연주되었고, 타국에서 들으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라펄쇼는 한 여인의 사랑을 다룬 작품으로, 260만 리터의 물을 담을 수 있는 수중 무대에서 펼쳐졌다. 물과 곡예사, 다이버들이 어우러져 만든 공연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으며, 특히 25m 높이에서 뛰어내리는 다이빙 장면은 압권이었다. 숙소로 돌아와 내일이면 마무리될 여행을 기념하며 와인을 마셨다. 밤늦도록 며칠간의 여행 이야기를 나누며, 잊을 수 없는 두바이의 추억을 되새겼다.

마지막 날이다. 평소 9시쯤 시작되던 일정도 오늘은 10시에 출발했다. 럭셔리한 요트 투어를 즐기며 마리나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사진을 찍는 시간도 가졌다. 요트 투어에서는 두바이 다운타운의 유명한 건물들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이곳에서 만날 수 있는 대표적인 랜드마크 중 하나가 영국 런던아이를 본떠 만든 ‘아인 두바이’다. 높이가 약 250m에 달하며, 한 번에 1,750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지금은 고장 상태이고 곧 재개 될 거라고 한다. 또한, 어제 ‘팜 주메이라 전망대’에서 바라보았던 야자나무 모양의 인공 섬을 모노레일을 타고 직접 다녀왔다. 오후에는 알파히디 &알시프 지역을 방문한 후, 두바이의 전통시장을 가로지르는 ‘수상택시’에 탑승해 색다른 경험을 했다. 이어 금시장을 둘러본 후, 두바이국제공항으로 향하기 전 ‘두바이 분수쇼’를 마지막으로 여행 일정을 마무리했다.

이번 여행은 참 순조로웠다. 특히, 가이드가 아부다비와 두바이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갖추고 있었고, 그의 입담과 열정이 인상적이었다. 또한, 오랜 경력 덕분인지 여행자의 필요를 잘 파악하고 도와주어 더욱 즐거운 여행이 되었다. 패키지여행에서 중요한 숙소와 음식도 만족스러웠다. 3박 6일간의 여행은 함께한 사람들이 좋았고, 방문한 장소가 매력적이었으며, 가이드의 안내가 훌륭해서 더욱 행복한 여행으로 기억될 것이다. 늘 여행은 떠날 때는 설레임으로 불편한지 모르는데 복귀할 때는 늘 힘들다. 이번 여행도 공항에서 기다리는 5시간이 제일 힘들었던 것 같다. 이 또한 여행이다. 참 감사하고 고맙다. 내가 여행을 할 수 있도록 도와 준 가족이, 그리고 같이 동행해 준 우리 동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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