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죽음은 늘 슬픔을 가져다준다.
나는 가까운 이의 죽음 앞에서도 무덤덤할 줄 알았다.
하지만 목 놓아 울며 아직도 그 향 냄새가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이후 죽음을 경계하고 두려워했다.
그때의 나는 죽음을 그저 슬픔과 안타까움으로만 봤다.
허나 지금은 다르다.
죽음은 불안으로부터의 해방이다.
살아가는 한 불안은 함께하며 떼어낼 수 없는 평생의 동반자다.
하지만 이 불안이 그저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다.
불안은 발전을 도모하게 하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하기도 한다.
나 또한 다가오지 않은 일에 대해 미리 큰 불안을 느끼는데
이런 예기불안 덕에 대비할 수 있다.
그 불안들마저 결국 필요악이다.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불안의 이점이 사라진다.
미래를 도모할 필요도, 나를 보호할 필요도 없다.
평생 필요악처럼 나를 괴롭히던 불안은 죽음으로 비로소 이별할 수 있다.
죽은 이는 해방이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죽음은 살아있는 이들에게 새로운 불안을 낳는다.
이제 볼 수 없다는 슬픔, 나도 언젠가 떠난다는 자각, 남겨진 자의 불안.
고인의 평안을 알아도 슬퍼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그날만큼은 아이로 돌아가 목 놓아 울어도 괜찮다.
그리고 나의 죽음 또한 누군가에게 불안의 씨앗이 된다.
그래서 함부로 떠날 수 없고 해방을 서두를 수 없다.
불안을 안고 산다는 건 이런 뜻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