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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재도 Mar 12. 2023

나는 시를 본다

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강변 노을     






문득 어머니가 너무 그리워

고향 억새 우거진 강변으로 갔다 

행여 울음소리에 

당신께서 나무라실까 봐

소리 죽여 흐느꼈다 

강물도 은빛 눈물 반짝이며

소리 없이 흘렀다  

    

돌아 나오는 길에 바람이 불어

하얗게 피어난 억새꽃들이

어깨를 들썩이며 서걱대고 울기에

이때다 싶어 

얼른 억새밭으로 들어가 서서

바람처럼 소리 내어 울었다   


강변 서녘 노을에

하얀 소복을 입은 

어머니가 걸려 있었다  

   

     




누군가가 그리워 강가에서 울어본 적이 있는가. 

강과 어머니는 생명의 근원이다. 

강은 어머니의 자궁 속으로 흘러 생명을 잉태한다.

모든 그리움은 이곳에서 시작된다. 

     





사실 <어머니>라는 말에 어떤 수식어가 필요할까.

어머니라는 말은 이 지구상의 모든 언어와 정서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낙동강 변에서 십여 리 떨어진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지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러나 어머니는 고향 강의 이미지로 여전히 내 가슴에 살아 있다.  

    

갈대와 억새는 식물학적으로 다르다.

그러나 일찍 남편을 잃고 일곱 남매를 억척같이 키우신 어머니는 

강변 갈대의 이미지보다는 

산과 언덕에 피는 억새의 이미지로 남아 있다.


그래서 이 시에서 강변 갈대를 굳이 억새로 표현하였는데

이것이 나 혼자만이 느끼는 독특한 감정만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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