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곤한 새벽잠에서 깨어나 무심결에 고개를 들고일어나는 순간, 핑, 세상이 빙글 도는 어지럼증으로 하마터면 침대에서 굴러 떨어질 뻔했다. 분명 뇌혈관 쪽에 문제가 생겼구나, 덜컥, 두려움이 앞서 병원에 갔다. 다행히 뇌혈관 쪽 문제는 아니고 몸의 평형감각을 담당하는 귀의 반고리관 속 돌이 제 자리를 벗어났기 때문이란다. 이른바 ‘이석증’이라고 했다.
입원하여 병실에 누워 곰곰 생각해 보았다. 오늘도 세상은 편을 나누어 서로 지지고 볶고 싸우고 있고, 그 와중에 ‘코로나’라는 바이러스까지 가세하여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할 형편인데, 내 귀라고 해서 어디 온전할까. 세상이 도는 건지 내가 도는 건지, 참 알 수 없다는 생각과 함께 나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내가 세상의 중심축이 아닌 것은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언제 한 번이라도 똑바로 중심 잡고 걸어본 적이 있었던가. 매양 잡지도 이루지도 못할 것을 탐내며 여기 기웃, 저기 기웃, 필요하지도 않은 것을 찾아 이리 갈팡 저리 질팡하며 살아온 것은 아니었나. 그러니 온전하게 중심을 잡고 있어야 할 귀도 그만 탈이 나고 말았을 것이다.
그나마 회사를 퇴직하고 작가의 길로 들어선 이래 영 궤도이탈은 하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고 있었기에 반고리관 속 돌도 제 자리에서 영 벗어나지는 않았던 모양이다. 잠시 궤도를 이탈한 그 돌이 이내 제 자리로 돌아와 닷새 만에 퇴원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이제는 한눈팔지 않고 가던 길 계속 가야겠다.
이 길을 갈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고 감사할 일이다.
매양 한눈팔고 쓸데없이 두리번거리다간 또다시 세상이 빙빙 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