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보고 에세이로 소통하며 시로 공감한다
욕망은 끝을 바라보지 않는다
종착역이 없다
욕망 앞에서는 인간이 배제된다
잔인한 욕망의 독화살에 항문을 찔린 태양이 서쪽 강변 갈대밭에 피똥을 싸질러 놓았다 검은 개들이 몰려나와 짖고, 으르렁대고, 물어뜯고, 붉은 피 철철 흘리며 뒤엉켜 싸우고 있다,
그 똥을 더 많이 차지하려고
세상을 향해 흔드는
열정과 집념, 투쟁의 깃발처럼
깊은 품속에 감추고 있는
체념과 포기, 굴복의 손수건도
어쩜 저렇게 붉은빛이겠지
고개 떨군 태양 아래 핀
찬란한 죽음의 꽃
바람이 불고 강물이 흐른다
이제는 받아들여야 할 시간
집착과 미련으로 눈에 어린 눈물 한 방울
손등으로 찍어내고 가야 할 시간
복종의 순간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그러나 검은 강바닥을 기어 올라온
거역의 노예들은
맞바람 맞으며
여전히 한낮의 기억을 핥고 있다
강변 갈대밭 서녘 하늘가에
바람결 붉은 숨소리
곧 멎을 듯 내려앉는다
순환과 섭리의 가지에서 피어나는
자애로운 적멸寂滅의 웃음꽃
고개 숙인 태양의 눈시울에서
붉은 눈물자국이 물감처럼 번져난다
바람은 서쪽으로 불고
강물은 아래로 흐르지
이제는 내려놓아야 할 시간
깊은 속눈썹 마디에 맺힌
마지막 이슬 한 방울 미소로 떨어내고
떠나야 할 시간
아름다웠던 생生의 바람개비
바람결에 날려 보내고
돌아가야 할 시간
시원始原의 고향으로 가는 돛단배 하나
노을 속 강변 나루에 정박해 있고
먼 길 걸어온 순례자의 긴 그림자
뱃전에 홀로 일렁거린다
같은 사물과 대상이라도 어떤 감정과 어떤 시간의 영역 속에서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모습은 확연히 다르게 보인다.
삶의 목표를 싸워서 이겨 획득해야 할 소유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노을은 피 흘리며 싸우는 검은 개들의 전쟁터다(시선 1).
그러나 그 전쟁터에서 사람들은 점차 포기와 체념의 의미를 알게 된다.
이때 노을은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찬란한 죽음의 꽃이다.
어떤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강요된 패배를 받아들이고,
어떤 사람들은 여전히 마약 같은 한낮의 영광에 취해있다(시선 2).
삶이 과연 그런가.
삶은 구도를 위한 순례자의 길이고
노을의 시간은 내가 태어난 곳으로 다시 돌아가는 존엄한 순간이다.
성스러운 생의 마지막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는
내 안에서 먼저 스스로를 내려놓는
자애로운 적멸의 웃음꽃이 피어야 한다(시선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