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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젠틀P Apr 15. 2023

파슨스에서의 힘든 시절, 나는 다시 갈 용기가 있을까?

파슨스 갈래? 군대 갈래?





네. 군대를 다시 가겠습니다. 

라는 답변이 도출되기까지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그 결정을 100번이고 번복할 수 있다?

주저함이 1도 없이 답변은 항상 같다.

.

.

.

도대체 왜냐고? 

과거를 불러와 본다...




 




1시간 남짓 후로 맞춰 놓았던 시계가 


마치 10분 만에 울리는 것처럼 


얄궃게 느껴진다. 


곧이어 항상 필수로 맞추어 놓아야 하는 


나머지 두개의 알람 시계에도 불이 


붙은것 마냥 난리법석을 떨며 울려 댄다. 


세개의 타종 알람시계는 각각 방에서 


가장 먼 곳에 떨어져 있기 때문에 


반드시!! 몸을 일으켜 세워야만 끌 수 있다. 


손이 가볍게 닿는 머리맡에 두었다가는 


무의식적으로 꺼버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며, 그런 실수를 한번쯤은 


겪어 봤기 때문에 절대!!! 금물이다. 


정신은 일어나야 하는데 몸은 천근만근이라 


침대에 몸이 붙어 버린것 같은 느낌이 


꼭 꿈처럼 느껴진다. 


아니, 꿈이라고 최면을 걸고 싶을만치 괴롭다.  


채 떠지지도 못한 눈은 인상을 있는데로 


써야만 실눈이 되어 샤워를 하러가는 방향을 


파악 할 수 있지만 가는 길목에 채이는 


한시간전까지도 붙들고 있던 그림 도구와 


원단조각들이 발에 마구 밟히기 시작하면서 


정신이 살짝 돌아오지만 이내 난장판이 된 


집을 보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것도 잠시, 그런 감정의 소비조차도 


사치스럽다는 것을 깨닫는다. 


조금이라도 지체한다면 단1초의 지각도 


용납이 되지않는 학교 방침에따라 


지각체크가 찍히기 때문이다. 


출석에 내 이름이 아직 안불렸으니 


괜찮겠지? 


어림없다. 


딱 정시에 그 자리에 없으면 지각이며 


10분이 지나가면 봐주는것 없이 


결석처리가 된다. 


만약 10분이 살짝 지나고 은근슬쩍 자리를 


찾아 앉는다면 바로 욕먹고 교실밖으로 


쫓겨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냥 안가는게 마음에 상처라도 안받고 


더 무난하다. 


그치만 그 다음주 수업에서는 또 


왜 안나왔냐고 


은근 구박덩어리 신세를 면치 못한다. 


지각, 결석에 대해서는 어떤 이유를 막론하고 


절대 논쟁불가이고 학교 방침이라고 


교수님들이 항상 강조하신다.






지금 생각해보면 분야를 막론하고 


일에 있어서 데드라인과 Due Date를 


지키는건 엄연한 신뢰의 문제이고 약속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가까운 신념을 


학생들에게 갖게 해 주려는 


방침이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디자인이라는 분야는 시간으로 구별을 지어 


결과물을 창출해낸다는 개념이 좀 


모호한 부분이 있지만 어떻게든 정해진 


시간이 있으면 그 안에는 반드시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전투적인 디자이너들이 


파슨스에서 양성되는 것이다.  


그렇게 샤워 후 부랴부랴 몇시간전까지 


씨름을 했던 결과물들을 챙겨넣고 


빠른 걸음으로 학교로 향한다. 


다행히도 수업시작하기 10분전 도착했고 


이미 몇몇 아이들이 먼저와서 당일까지 


마감인 과제의 마무리작업에 열중이다. 


나와 눈이 마주친 아이들 역시 


밤을 꼬박 샌 것이 분명하다. 


볼까지 내려온 다크서클과 화장기 


전혀 없는 창백한 생얼이 말해주는 


'우리만의 사인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각자 인사만을 간단히 나누고는 


다시 서로에게 남겨진 자신의 과제에 몰두한다. 



수업시간에 졸음이 몰려올 것을 


100% 확신 하기에 학교 오는길 델리에 들러 


레드불 하나를 사왔다. 


레드불 하나 먹어봤자 파슨스 4년에 


이미 카페인 중독이 될대로 된 몸은 


한시간 버티는 것이 고작이다. 


그날 오후 늦게 까지 있는 수업시간에 


졸지 않으려면, 하루 최소 세개는 마셔야 


몽롱하게나마 각성이 가능하다. 




수업시작 후 크리틱이 시작됐고, 


항상 스윗한 말만을 하던 클래스메이트들의 


비평을 쿨하게 받아 들이는 척 하지만 


기분이 썩 좋지만은 않다. 


전공 수업의 절반이상은 크리틱이 


주를 이루지만 어떤 날은 크리틱만으로도 


네다섯 시간의 수업이 채워지기도 하는데 


그럴때면 진이 다 빠질 정도로 신경이 쓰여서 


수업후 집으로 달려가 바로 침대에 


붙어버려야 할것 같은 기분이 든다. 


크리틱 시간은 마치 정신을 


갉아 먹히는것 같은 느낌인데, 


이게 한편으로는 인간의 센스를 날카롭고 


예리하게 연단해주는 


양날의 칼같은 것이라 피할수도 


마냥 즐길수도 없는 노릇이다. 



왜 교수님들은 하나같이 무슨 안 좋은 우환이 
있는것 마냥 미간은 항상 찌푸려져 있고 
기분이 안 좋고 예민한건지, 
독설을 입에 달고 사는건지, 


매 수업시간 끝에는 항상 우는 학생들이 


디폴트로 서너명은 우습게 나온다. 


아, 맞다... 옆반 담임 교수님처럼 


우린 그림이라도 찢기지 않았음에 


안도의 한숨을 내쉰다. 


남들 앞에서 내 작품이 찢겨지는 모습은 


경험이 없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한때, 많은 커뮤니티에서 파슨스에 대한 


좋고 나쁜 이야기들로 설전을 벌이는 경우가 


더러 있었고 다른 학교와 비교 대조되며 


있지도 않은 유언비어나 


낭설이 만들어 지기도 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은 전혀 


신경도 안썼으며 


비교 자체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학교와 관련한 음해성 이야기들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도 없을 뿐더러 아예 


관심 자체가 없었다고 하는게 맞을 것이다. 


잠못자고 힘들고 바빠 죽겠는데 


가쉽성이야기가 머리에 들어올 공간이 


있을리 만무하다.  



교수님이 항상 말씀 하셨다. 


"파슨스는 파슨스이다. 그냥 패션을 


가르치고 배우는 학교가 아니다. 


이곳은 '패션 프리미어 스쿨'이고 


너희는 지금 이자리에 있다." 라고..



그렇다. 파슨스는 여느곳과 '다른것'이 아니라 


'틀린것'이라고 표현해야 더 가까울것 같다. 


뭐랄까, 1+1=2 와 1*2=2처럼 같은 정답의 


결과값이 도출되는데 


다른 연산이 쓰인것이라면 


1+1=3은 틀린 것이다. 


파슨스는 그냥 어느 단체와도 비교하기 모호한 


'틀린곳'이라고 해야 더 가깝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될것 같다.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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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군대 다시 갈래?

아니고, 네, 그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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