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 살면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반려동물은 처음이다. 키우고 싶었던 적도, 거부한 적도 없지만 그냥 동물농장보면서 즐거워하는 정도로 살아왔다.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가족이 된 우리집 고양이는 태어난 해에 함께 하게 되어 올해로 만 5살이 된다.
고양이하면 많이들 떠올리는 이미지. 혼자있는 걸 좋아한다. 애교가 없다. 교육이 되지 않는다… 등등 나 역시도 가졌던 그 이미지들이 살면서 많이 깨지고 굳어지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리고 살면서 느꼈던 이 이미지들에 대한 단상을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ㅃ
#애교가 없다
우리집 고양이는 어느 봄에 태어났다고 한다. 발견되었을 당시 쓰레기장 근처였다고 하는데 케어해 줄 부모나 형제들은 없이 혼자였고 많이 말랐고 작았더랬다. 어느 마음씨 좋은 대학생이 집으로 데려가 케어해준 덕분에 건강은 되찾았는데, 아무래도 어린 생명이다 보니 비용이 많이 들어 계속 키우지 못하고 네이버 카페에 입양 글을 올렸고, 그렇게 나와 가족이 되었다.
어릴 때라고는 하지만 동물이라고는 해도 가족과 헤어졌고, 그나마 마음두려고 했던 곳이 나타났나 싶었더만 다시 새로운 곳으로의 이동. 고양이는 일주일을 새로운 집의 깊은 구석으로 숨어 들어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나 역시 반려동물이 처음이었던지라 하염없이 이름을 부르고, 간식을 흔들어댔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 어린아이에게 시간을 주고, 조용히 근처에 머물며 안전함을 느끼게 했어야 했는데 욕심을 부렸었더랬다. (지금 생각해보면 다행히) 일주일을 꽉 채우고 얼굴을 보이더니 근처에 머무르기 시작했고, 약 50일 뒤인 새해에는 내 팔에 쓱쓱 자기 몸을 문지르며 채취를 묻혔다.
지금? 퇴근 시간이 되면 현관 근처를 서성이며 집사들의 복귀를 반긴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서운하다며 왕왕 투덜거린다. 그리고는 거실 한 가운데에 배를 까고 기지개를 한 뒤 내 모든 동선을 따라다니며 몸을 콩콩 부딪혀온다. 애교는 없다. 그저 나를 믿는다. 좋아한다는 마음을 숨김 없이 표현한다. 아무런 바라는 바 없이 자신의 기분을 표현하는 그 무해한 모습에 위안을 받고, 어떨 때는 부러운 마음도 든다.
#교육이 되지 않는다
유튜브를 보다보면 종을 쳐서 자신의 요구사항을 표현하기도 하고, 손을 주는 고양이들이 있다. 신기하다. 우리집 고양이에게도 부탁해본다. 무리다. 아무리 맛있는 간식을 줘도 손을 만지면 도망간다. 종은 실패할 것 같아 사지도 않았다. (웃음)
그래도 아예 배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자기 이름을 안다. 부르면 귀가 쫑긋하고, 기분 좋을 때는 대답해주기도 한다. 물론 대답하지 않을 때도 있는데, 이건 못 알아들어서가 아니라 대답할 기분이 아닐 때 인 듯 하다.
교육이란 건 배우는 자의 역할도 있지만 가르치는 자는 역할도 크다. 우리집의 경우 배우는 자(고양이)의 의견을 물어보지는 않았지만 일단 가르치는 자(나)가 교육 할 의지가 없다. 배우지 않아도 무탈하게 잘 지내는 모습 그 자체가 기쁨이다. 집고양이의 운명이 집사의 집이라는 공간에 한정되어 평생을 지낸다. 이 공간이 쉼터이고 생활이고 일상이다. 사람은 학교에서, 직장에서 뭔가를 강요받다가 하교도 하고, 퇴근도 해 그 상황을 종료시키라도 하지. 내 뜻은 확고하다. 고양이가 펜을 들고와 배움을 간청하기 전까지 교육은 없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한다
자기 공간에 대한 의지가 확고한 동물. 우리집 고양이의 경우 겁이 많아서 (도망칠) 동선이 항상 확보되어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시간을 나와 붙어있는다. 정말 말 그대로 꼬리든 손이든 자신의 몸 한 부분을 나에게 갖다 대고 있다. 다만 조금 시끄럽거나 온도가 맘에 들지 않은 환경일 때는 조용히 자리를 옮기기도 한다.
무언가 요구하지 않고 본인이 처리하는 것이 고양이의 특징인 것 같다. 이런 태도가 참 나와 닮았고, 그래서 안쓰럽기도 하다. 모든 걸 책임져주려 하는 존재가 있음에도 부탁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다. 부탁해서 얻는 편의보다, 나중 언젠가 부탁에 거절 당하는 상황이 더 두려워서일까. 내 생각을 작은 고양이에게 더하며 마음이 슬퍼지곤 한다.
오늘도 우리집 고양이는 귀엽고 사랑스럽다. 나에게는 집에 가는 행복 중 하나이며, 그에게도 내가 즐거움 중 하나이기를 바란다. 나와 닮은 고양이, 내가 감정을 이입한 탓에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슬픔을 가진 고양이가 된 내 고양이. 우리 그냥 기쁜 건 기쁜대로, 화나는건 화나는대로 표현하며 왕왕 짖으며 사는 건 어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