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시작

by 최나우

그 남자는 지난 일을 잊었다 했습니다

생각하지 않는다 했습니다

사춘기 시절부터 혼자였다 합니다

외로움에 배가 많이 고파 허기진 듯합니다


그의 꿈은 빨리 어른이 되어

돈을 벌 수 있게 되는 것이었답니다

가엾게도 그것이 꿈이 되었던 겁니다


우울증 은 사치 라고 했습니다

그만큼 감정에 잠겨 약해질 수 없었던 듯합니다

끼니를 해결하는 문제는 그에게 가장 어렵고

힘든 숙제였던 듯합니다

어렸으니까 , 엄마가 곁에 없으니 그 누구도 없는 겁니다


유기견 같이 불안하게 슬픈 눈이 내게로 온 까닭을

깊이 있게 깨닫지 못했는지 모릅니다

내 감정 속에 쌓여 그를 제대로 볼 수 없었을 수도

아니 솔직히 내 가슴은 빠른 판단만큼

깊고 넓지 못했다 고백합니다


채워지지 않는 것 때문에 영민하던 생각을 밀어내고

나를 사랑하는 욕심에만 열중했던 듯합니다


감정의 대화를 끌어낼 수 없음에 외로웠는데

그 사람의 깊은 외로움을 헤아릴 가슴이 부족했음을

다시 시작하고 5년이 지나 조금씩 알게 됩니다


그렇게 알아냈습니다

너무 아프면 감정을 잃어버린다는 걸


그는 너무 아픈 사람입니다

상처가 너무 많아 어디서부터 치료해야 할지 알아내야 합니다


가장 큰 치료약이 사랑이란 걸 사랑장에서 배우지만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애써서 기도 하지 않으며 목에 붙은 불만만 토해냅니다


감당할 수 있음에 내게 보내셨음을

5년 여의 갈등 끝에 조금씩 알아갑니다


너무 아프면 감정을 잃어버린단 한마디는

신 이 주신 메시지였습니다

그리고 ,

함께 그 아픔 속으로 들어갑니다


치유와 사랑이 같이 걸어갑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먼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