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언제 달릴까? 운동회? 횡단보도를 건너기 위해? 지하철이나 버스를 타기 위해? 지각할 때? 몸 건강을 위해?
누구나 한 번쯤 해보았을 달리기이다.
나만의 품격 있는 달리기를 소개한다. 현장직 안전관리자로서 사고방지를 위해 하는 달리기이다. 내가 생각하는 품격이란 내면적 고귀함, 사고방식과 태도에서 드러나는 품위와 가치를 의미하고, 타인에게 존중받을 수 있는 인품이 담긴 행동이라는 것이다.
사고방지란 다양한 것을 포괄하는데, 단순하게 중장비 운전을 위해 콘에 주의 테이프를 감거나, 공사를 위해 자재 정리가 잘 안 되었을 시 자재 정리를 잘하는 것을 포함한다.
일반적으로 안전관리자로서 위의 업무를 행하는 것은 품격이 떨어지는 일이다. 위의 일을 해야 하는 일당직이 따로 있으며, 그 사람과의 차이는 더 배우고 사고 발생 시 더 많은 책임을 감당해야 하는 위치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직접 위의 일을 포함한 잡일을 하기 위해 달렸다. 일당직 근로자들은 위의 일 외에도 다른 업무들과 할당량이 있으며 정리 등 할당량에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는 일들은 귀찮아하고 하지 않으려는 습성이 있다.
원청업체들은 사고방지대책으로 주로 이 부분을 지적하곤 하는데, 안전에 대해 가장 보수적으로 처리해야 책임을 면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청업체에서 근무했던 나는 어디서 근무하더라도 내가 안전관리자로서 근무하면서 큰 사고를 다치게 되면 죽는 날까지 평생 기억에 새기며 책임감을 가지겠다는 마음으로 일을 하고 있다. 그러기에 정리정돈이 잘 되지 않는 환경이 사고와 간접적으로 관련이 있을지라도 조금이라도 사고발생확률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정리를 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A급 인재', '너 같은 사람 없다', '너 정도면 엄청 잘하고 있는 거다' 등 여러 사람으로부터 각종 칭찬을 들었다.
비록 잡일을 하기 위한 달리기 일 지라도 나의 달리기엔 타인의 안녕을 위해 나의 귀찮음과 안일함을 이겨내겠다는 품격이 서려있다.